마쓰모토 류 일본 부흥담당상.
지진 피해자 비하발언 물의…임명 8일만에 물러나
지진 피해지를 방문해 거친 표현과 명령조의 말투를 써 현지 주민의 강한 반발을 산 마쓰모토 류(사진) 일본 부흥담당상이 5일 사임했다. 지진피해 복구와 재건을 지휘하라고 신설한 자리에 임명된 지 8일 만에 장관이 불미스런 일로 그만두게 됨에 따라, 임명권자인 간 나오토 총리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마쓰모토 장관은 지난 3일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을 방문해 무라이 요시히로 지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복구와 부흥을 위한) 지혜를 내는 자치체는 돕겠지만 지혜를 내지 못하는 ‘녀석’은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장관은 무라이 지사가 자신을 응접실에서 기다리게 한 데 대해서도 “손님이 왔으면 먼저 들어와 있다가 부르라”고 질책하고, 기자들에게 “(질책한 것을) 기사로 쓰는 회사는 끝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무라이 지사는 4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 관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야당은 마쓰모토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고, 민주당 안에서도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도 자민당도 공명당도 다 싫다”며 사임을 거부하던 마쓰모토 장관은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결국 5일 아침 간 나오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마쓰모토는 사임 회견에서 “말이 거칠어 피해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사죄하면서도,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사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등 언론에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당 안팎에서 조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간 총리는 마쓰모토의 낙마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간 총리는 센고쿠 요시토 관방부 장관(민주당 대표대행)에게 후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히라노 다쓰오 부대신을 승격시켜 임명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