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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살아있는 한국인 야스쿠니 합사하고도 ‘정당 판결’

등록 2011-07-21 20:43

김희종(86)씨는 일제때 해군군속으로 사이판에 끌려간 뒤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쪽은 김씨를 전사한 것으로 간주해 합사했다.

김씨처럼 버젓이 생존해있는 합사자를 포함해 한국인 2만1181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민사합의 14부는 21일 김씨를 비롯해 한국인 합사자 유가족 등 10명이 야스쿠니신사와 일본 소송을 상대로 제기한 합사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른 사람의 종교상 행위에 의해 자신의 평온함이 침해됐을 때 불쾌해하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손해배상이나 행위 중단 등의 법적 구제로 연결하면 상대방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며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종교상 감정을 법적 이익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불쾌하다고 해서 법적으로 구제하면 종교적 행위를 제약하게 된다”고 밝혔다.

생존자 김씨가 신사 명부와 영새부에서 자기 이름을 빼라고 요구한데 대해서도 “한정된 정보에 근거해 다수를 합사했기 때문에 일정 범위에서 과오가 생긴 것도 어쩔 수 없었다”며 “살아있는 줄 알면서 합사한게 아니고, 생존 사실을 확인한 뒤 재빨리 사과했고, 김씨가 합사된 사실을 유족 외 제3자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격권이나 인격적 이익에 대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물리쳤다.

야스쿠니신사가 합사자 명부상 김씨 이름 옆에는 ‘생존 확인’이라고 적어 넣었지만, 영새부는 손댈 수 없다고 정정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교의상 극히 신성한 영새부를 정정할 수 없다는 점, 신사측이 김씨에게 ‘합사는 어디까지나 전몰자의 혼에 대해 제사를 지내는 것일 뿐 생존자 김희종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점 등도 인정된다”며 신사쪽 주장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법원은 또 합사자 유족의 청구도 기각했고, 일본 정부에 대한 청구도 “야스쿠니신사를 특별히 지원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고측 일본인 변호사는 “최저·최악의 판결이 나왔다”며 “종교의 자유만 내세우고 일본이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이들이 내린 판결이다. 같은 일본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고, 원고 중 한명인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 협의회 이희자 대표는 “황당한 판결에 실망하긴 했지만 절망하진 않는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고령인 김씨는 거동이 불편해 일본에 오지 못했다.

한국에 사는 김씨 등은 야스쿠니신사가 1959년 4월과 10월에 자신과 가족 등을 합사한 사실을 알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행정 서비스일 뿐”이라는 논리로 기각되자 2007년 2월26일 야스쿠니신사를 피고에 추가해 합사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인이 야스쿠니신사를 낸 첫 합사 취소 소송이었고, 생존자가 낸 취소소송으로는 일본 전체로도 처음이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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