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일 언론 인터뷰…“도쿄전력 ‘철수’ 요청 거절”
“사고 수습을 포기했다면,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몇 배, 몇 십배나 되는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을 수도 있다.”
간 나오토(사진) 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 과정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간 총리는 도쿄전력 쪽이 3월15일 새벽 3시 경제산업상을 통해 원전에서 직원들을 모두 철수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간 총리는 당시 이를 거부하고 시미즈 마사타카 도쿄전력 사장을 불러 합동사고대책본부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그 뒤 도쿄전력 본사로 직접 찾아가 “철수란 있을 수 없다”며 간부들을 질책한 바 있다.
간 전 총리는 5일 <도쿄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그때 원전에서 직원들이 모두 철수했다면 지금 도쿄는 아무도 살 수 없게 됐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에는 1, 2원전을 합해 10기의 원자로가 있고, 11개의 수조에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돼 있는 등 엄청난 양의 핵물질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는 같은 날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조사했다. 피난범위가 원전 반경 300㎞로 확대될 경우 (수도권인) 간토지방 전체가 포함되고, 3000만명이 피난해야 했다”며 “일본이 한 나라로 설 수 없게 될 상황이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간 전 총리는 하마오카 원전의 운전을 모두 중단시킨 데 대해서는 “지진·해일로 원전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도쿄와 오사카 사이가 차단되어 신칸센도 도메이고속도로도 모두 끊기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겐카이 원전 재운전 결정 직전 모든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치게 하여 재운전을 무산시킨 데 대해서는 “경제산업성이 원자력안전보안원을 내세워 겐카이 원전을 원전 재운전의 돌파구로 삼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간 전 총리는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을 ‘탈원전의존’으로 바꾸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그는 “나라의 절반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는 사고라면, 그것이 100년에 단 한번 일어난다고 해도 그런 위험을 지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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