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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역안에 온천탕이…한국 목욕탕과 다른점은?

등록 2011-11-04 20:16수정 2011-11-18 17:55

다카하타역 개찰구 옆의 온천 홍보시설과 입구가 눈길을 끈다.
다카하타역 개찰구 옆의 온천 홍보시설과 입구가 눈길을 끈다.
김종철의 일본시골문화여행 ① 다카하타역
수건이 두 개…하나는 물기 닦고, 하나는 가리개용
당당하게 내놓고 활보하는 한국인과 달라
일본 시골여행은 매력적이다. 도쿄나 오스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만의 멋과 낭만으로 가득하다. 점점 사라져가는 일본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이며, 이색적인 장소와 재미있는 볼거리와 이벤트가 즐비하다. 특히 지난 3월 대지진의 피해를 입었던 도후쿠 지역은 나만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다카하타역 안 온천 입장권 자판기. 입장료는 300엔.
다카하타역 안 온천 입장권 자판기. 입장료는 300엔.

강아지가 역장인 시골역

기차역은 추억의 공간이다. 역은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교차하며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장소다. 그래서 일본시골여행의 시작은 기차역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철도 인프라가 구축이 된 일본은 시골을 여행해보면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동의 편리함, 독특한 문화공간이자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반짝이는 이색적인 아이템을 가진 역들이 많다. 토끼나 강아지가 역장인 시골역도 있고, 자그마한 역사로 밖으로 나가는데 1.5초면 가능한 무인역까지 다채롭다.

시골여행에서 이런 역 하나 정도는 반드시 가볼 필요가 있다. 야마가타현의 요네자와역에서 오우본선을 타고 두 정거장을 달렸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열차가 느리게 철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창밖으로 ‘다카하타역’의 안내판이 보인다. 여유로운 공기가 느껴지는 한적한 시골역이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곧장 역사를 벗어나려는데, 왼편으로 시선을 확 끄는 뭔가가 들어온다. 이 역의 특징을 요약한 홍보문구다. 다카하타역에는 매우 특별한 것이 있다. 놀랍게도 온천이다. 역 안에 있는 온천, 일본이 온천 천국이지만 역 안에 들어앉은 온천은 흔치 않다.

온천 입장료와 별도로 옷장 사용료 100엔, 신발장 사용료 100엔을 내야 한다.
온천 입장료와 별도로 옷장 사용료 100엔, 신발장 사용료 100엔을 내야 한다.
새로운 걸 접하면 여행의 재미가 늘어난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온천체험을 위해 바로 입장이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티켓을 뽑는다. 요금은 300엔이다. 이색 체험치고는 싸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추가 요금이 붙기 시작한다. 신발장 사용에 100엔,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옷장이 100엔이다. 합이 500엔, 이제 싼지 비싼지 모를 지경이다. 하나 더 수건을 미리 챙겨오지 않았다면, 200엔을 더 써야한다. 수건 자판기가 구석에 자리 잡았다. 미리 챙겨서 오면 절약이 된다. 시간이 남아돌고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 싶다면 수건 없이 몸을 말리는 방법도 있다. 나는 이곳의 생생한 기억을 남기고자 물기를 시간으로 닦아냈다.

다카하타역 안 온천에는 두 개의 탕이 있다. 그 중 하나인 실외에 있는 자그마한 냉탕.
다카하타역 안 온천에는 두 개의 탕이 있다. 그 중 하나인 실외에 있는 자그마한 냉탕.

실내의 온탕. 한국 여느 목욕탕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실내의 온탕. 한국 여느 목욕탕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내놓는 한국인, 가리는 일본인

옷을 벗고 입장하니 손님이 서너 명 정도 목욕 중이다. 나처럼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지, 이 지역 주민들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외국인은 나 혼자다. 백인이나 흑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홀딱 벗은 상태로 남의 시선을 받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어디를 가든 있는 둥 마는 둥 흔적 없이 구경하기를 좋아해서다. 내부는 동네에서 흔히 보는 목욕탕 같은 시설이다.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다. 몸에 득이 되는 온천인데, 시설이 좋고 나쁨은 상관없다. 실내에 큰 탕이 하나 있고, 밖으로 자그마한 냉탕이 하나다. 몸을 담그고 있으니, 역 안에 있는 온천시설임을 금세 잊는다.

다카하타역 안 온천의 내부 모습.
다카하타역 안 온천의 내부 모습.
일본에서 온천이나 목욕탕을 가보면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한국에선 벗은 몸으로 워낙 당당히 돌아다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흔들흔들 춤을 추는 덜렁이를 자주 본다. 일본은 목욕을 할 때 기본적으로 타월이 두 개다. 큰 것과 작은 것, 큰 것은 젖은 몸을 닦는 용도로 쓰이고 작은 건 덜렁이를 가리는 용도다. 한국처럼 다 내놓고 있으면 실례가 된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었다. 대체로 가리는 비율이 높아서, 몇 번 이용을 하니 자연스럽게 가리게 되었다.

온천욕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든 실내 사진을 찍고 싶어, 손님이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목적을 달성하고 밖으로 나와 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온천을 가진 역인데 다른 볼거리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카하타역은 외관이 굉장히 멋진 곳이다. 중세 성과 같은 뾰족한 탑들이 건물 상단을 장식하고 역 앞 광장도 심플하다. 흡사 테마파크의 한 구역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벤치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쬐며 책을 보기엔 이상적인 장소다.

중세시대의 성을 닮은 다카하타역사.
중세시대의 성을 닮은 다카하타역사.
다카하타역 3층의 긴 통로.
다카하타역 3층의 긴 통로.
역은 3층 건물로 1층엔 온천과 작은 마트가 있고, 2층은 코인락커와 식당이다. 내친김에 3층으로 올라가니 긴 통로가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서쪽 출구 쪽으로 넘어가는 통로의 끝자락에 지역 특산품과 이 지역에서 있었던 축제 당시의 사진을 전시한 곳이 나온다. 일본은 역에서 그 지역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꾸며둔다. 천천히 구경을 하고 계단을 내려가면 역 반대편 마을로 넘어오게 된다.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 어귀가 무척 인상적이다. 여름에 이곳을 들리면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역내를 가득 채운다. 시골여행이 주는 특별한 멋이다.

글·사진 김종철 문화여행자 rawdell@hanmail.net

다카하타역 정원
다카하타역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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