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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한국인소리에 일본 시골에서도 “카라 좋아요”

등록 2011-11-15 15:39수정 2011-11-18 17:55

게이샤가 되기전 혹독한 수련을 거치는 마이코들. 중앙이 카라의 팬이었다
게이샤가 되기전 혹독한 수련을 거치는 마이코들. 중앙이 카라의 팬이었다
김종철의 일본시골문화여행기 3-한류이야기
티비로 접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기…달음박질쳐 와 말걸던 아저씨도
올해 7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야쿠자 웨폰> <헬드라이브> <데드볼>의 일본 감독, 배우들이 영화 얘기를 마치고 마지막에 이르러 깜짝 발언을 했다. 훈도시를 차고 카라의 엉덩이춤을 추니 많이들 보러 오라고 했다. 카라의 엉덩이춤이라니! 아아, 훈도시와 엉덩이춤의 결합은 생각만 해도 민망하고 끔찍하다. 유쾌한 감독과 배우들이다보니 관객을 위한 립서비스일수도 있지만, 현재 일본에서 카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만든 일화다. 최고 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방송에서 엉덩이춤을 췄을 정도니 말 다했다.

올해 2월과 5월, 그리고 10월 세 차례 일본 시골 여행을 하면서 한류의 영향을 체험했다. 사실 티비 뉴스로만 접하면 별 느낌은 없다. ‘인기가 많은가봐, 좋겠어. 돈도 많이 벌고!’로 그친다. 헌데 문화의 힘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전혀 상관없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쿄로 여행을 하면 정기코스처럼 지브리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좋은 느낌이 그곳을 방문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인디아나존스 3>의 무대였던 ‘페트라’는 영화 개봉 후 관광객으로 미어터졌다. 문화의 힘이다. 한류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도록 이끄는 한편, 한국에 대한 인상을 달리 만들었다.

카라의 일본 세번째 싱글 ‘제트코스터 러브’ 앨범 사진.
카라의 일본 세번째 싱글 ‘제트코스터 러브’ 앨범 사진.
지난 2월 야마가타현의 갓산 눈 축제에 갔을 때, 취재차 방문한 아사히 신문사 기자와 점심을 먹었다. 그는 당시 이슈였던 ‘카라 사태’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난 팬도 아니어서, 카라가 해체를 하건 계속 활동을 하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카라 사태가 잘 해결이 되면 좋겠다며, 진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카라가 왜 좋은가? 뻔한 질문에 노래가 좋고 예쁘고 춤을 잘 춘다는 물으나마나한 대답을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교통도 불편한 산골짜기 작은 온천 마을에서 카라 얘기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고 하더니, 생각했던 것 이상인 모양이다. 묘하게도 여행을 다니면서 들은 얘기는 모두 ‘카라’에 집중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을 때 항구도시 사카타에 있는 요정 소마루에서 ‘마이코’ 공연을 관람했다. 마이코는 정식 게이샤가 되기 전에 거치는 일종의 견습생으로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공연을 한다. 일본에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문화여서, 외국인들이 이 공연을 좋아한다. 공연이 끝난 후 세 명의 마이코 가운데 한명이 명함을 주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곤 “아이 러브 카라”라며 수줍게 말했다. 소마루를 나와 몇 군데를 더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올 때 또 다른 카라 팬을 만났다. 50대 초반의 아저씨는 한국말을 배우는 중이어서, 한국인과 대화를 하고 싶었던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도 카라 팬이었다. 팬심으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고,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한국에 대한 호감과 언어 공부의 열정의 힘은 카라였다. 먼저 말을 건다는 건, 외국인들에게 소극적인 이곳 사람들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틀 후 츠루오카시에서도 카라의 팬이 출몰했다. 츠루오카 카톨릭 성당을 빠져나와 입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쪽에서 아저씨 한 분이 갑자기 뛰어오다시피 다가서더니 말을 걸었다.

“저기, 한국에서 오셨나요?”

“네. 서울에서 왔습니다”

“저는 카라팬입니다”

“...................”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본인 아저씨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본인 아저씨들

아스트랄하며 미스터리한 대화는 아주 짧게 끝났다. 뭐라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인에게 카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겠지만, 그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분명 나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갑자기 다가와 그러니 당황한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다. 그런 눈치를 챘는지,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며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아아, 이건 정말이지, 내가 일본의 시골을 여행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도 카라, 저기서도 카라, 카라 카라 카라! 평소 일본에서 한류 열풍에 관한 보도 뉴스를 보면 그만 좀 오버하라고 투덜대는데, 이런 상황을 접하니 뉴스는 일부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10월 여행에서 신조시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스시집을 찾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조금 후 내가 한국인임을 알게 되자 질문이 쏟아졌다. 역시 한류에 대한 얘기였다. 한국의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고, <이산>의 한지민 팬이라고 했다. 일본 NHK에서 <이산>이 방영되고 인기를 끌면서, 한지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가수는 카라가 대세였고, 배우는 <대장금>의 여파로 이영애와 한지민이 단연 톱이었다. 지금은 남자들에게 절대적 인기는 한지민이다. 한류 덕분에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도쿄에서 한류의 열기는 이제 일상적이다. 하지만 시골을 여행하면서 접하는 한류 에피소드는 재미있는 경험이다.

문화는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한류 스타들이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츠루오카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 일본에 와서 결혼한 아메 아미상은 한류로 인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한국 문화에 심취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국가를 알리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소요된다. 드라마와 K-POP의 열기는 불가능한 일들을 놀랍도록 짧은 시간에 해내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을 만나면 느낄 수 있다. 좋건 싫건 한류 스타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지, 또 고마운 존재라는 걸 말이다.

글·사진 김종철 문화여행자 rawd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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