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
일본 언론 집중 포화…실언이 아닌 신념에 가까워
나고야 시장 가와무라는 ‘일본 개혁’ 이미지의 대표자
나고야 시장 가와무라는 ‘일본 개혁’ 이미지의 대표자
“통상적인 전투행위는 있었지만, 난징에서 대학살 사건은 없었던 게 아니냐?”
일본 제3의 도시인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63) 시장이 난징 대학살에 대한 ‘망언’으로 중국 언론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21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가와무라 시장은 전날 시청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의 난징시 위원회 간부 등에게 2차 세계대전 중의 일본군의 행위와 관련해 “통상적인 전투행위는 있었지만, 난징에서의 (대학살) 사건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말한 뒤 “진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도 토론회를 난징에서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고야와 난징은 1978년부터 자매 도시 협약을 맺은 뒤 우호 관계를 쌓아오고 있다.
‘난징 대학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가와무라 시장의 이번 발언은 ‘실언’이 아닌 그의 ‘신념’에 가깝다. 그는 ‘위안부 문제와 남경사건의 진상을 검정하는 모임’의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일본이 지난 전쟁 때 일으킨 두 개의 가장 비인도적인 범죄를 부정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는 2007년 7월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는 중의원 시절이던 2006년 정부에 ‘이른바 난징대학살의 재검정에 관한 질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료에서 일본 역사 교과서에 시민과 포로를 살해했다는 표현을 쓰는 근거와 정부의 견해 등을 물었다.
그의 역사관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의 이날 발언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와무라 시장은 난징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난징 사건으로부터 8년 뒤 부친이 남경시에 있었다”고 말한 뒤 “난징 사람들은 일본 군대에 친절하게 대했다. 왜일까”라며 대학살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부친 가와무라 가네오는 일본 육군의 101사단 보병 제101여단의 오장(하사)로 중일전쟁에 종군했다. 그는 전쟁 직후 난징에 있는 유서 깊은 절 치시아시(栖霞寺) 부근에 주둔해 있다가 1946년에 귀국한다. 부친으로부터 어린 시절 들은 전쟁 경험담이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그의 역사관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가 일본 시민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지역 정당인 ‘감세일본’의 대표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주민세 10% 항구 감세’란 공약의 이행을 가로막는 시의회를 주민투표를 통해 해산하고, 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아이치현의 지사로도 당선시켜 일본 정치를 뒤흔들었다. 그가 추진한 지방의원 보수 삭감은 전통적인 민주당-자민당 구도에 질린 일본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가와무라=개혁’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이다. 가와무라 시장은 조만간 ‘가와무라 다카시 정치학교’를 열어 자신의 정치 이념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입장에선 개혁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그의 ‘우익적인 역사관’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날 가와무라 시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난징 대학살과 관련해서는) 철벽과 같은 증거가 산처럼 많다”고 보도했고,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도 나서 “(가와무라 시장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당시 중국 수도 난징으로 진격하던 일본군이 난징과 그 주변에서 중국인을 집단 살해하고 부녀자 성폭행, 약탈 방화 등을 저지른 사건으로 중국 쪽에서는 사망자를 30만 명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20만 명이 상한이며, 2만∼4만 명이라는 추계도 있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 난징시는 이곳에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자료를 난징대학살기념관에 모아 두고 있다. 이곳에는 당시 일본군에 학살된 중국인들의 이름이 가족 단위로 기록돼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진표·최인기·강봉균 떨고 있다
■ ‘오류 통계’로 무역협 “한국 세계 8위” 발표할 뻔
■ 대만계 MBA 스타 린한테 ‘찢어진 눈’
■ 정부, 비판적 전문가는 빼고 4대강 특별점검
■ 한약·기체조도 중국에 사용료 지불?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진표·최인기·강봉균 떨고 있다
■ ‘오류 통계’로 무역협 “한국 세계 8위” 발표할 뻔
■ 대만계 MBA 스타 린한테 ‘찢어진 눈’
■ 정부, 비판적 전문가는 빼고 4대강 특별점검
■ 한약·기체조도 중국에 사용료 지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