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즈쿠리 정신 : 혼신을 다한 최선의 제품
일본 제조업체의 주요 경영이념 중의 하나였던 ‘자전주의’(自前主義)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 수출업체이면서도 가장 ‘폐쇄적’인 생산체제와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일본 기업들은, 엔고현상·동일본대지진 등 대내외 악재 속에 이제 외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엘시디(LCD)의 원조’이자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자존심이었던 샤프가 27일 대만 훙하이그룹에 지분 11%를 매각하는 자본업무제휴를 맺은 것은 자전주의와 결별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생산업체 폭스콘의 모회사인 훙하이는 단숨에 샤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샤프는 엘시디 기판부터 텔레비전 완성품까지 모두 직접 생산하는, ‘자전주의’의 대표기업이었다. 생산하는 엘시디 대부분을 수출하기보다는 자체 제품 생산으로 소화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과 엘지에 밀려 텔레비전 판매가 시원찮아 올해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2900억엔(약 3조9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차기 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고 등의 어려운 환경 아래서 단순한 수직통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샤프-대만 홍하이 업무제휴
도요타·히타치도 해외 조달↑ 엔고·부품공급선 변화 필요
전공정 책임 ‘자전주의’ 위기 <산케이신문>은 샤프가 ‘비밀 중의 비밀’로 숨겨왔던 사카이시 10세대 엘시디공장의 운영권 절반을 훙하이가 인수한 것이 ‘기술로 난국을 타개한다’를 모토로 운영해온 일본 전자업계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훙하이 궈타이밍 사장은 “일본(업체들)은 소비자 지향의 전자기기 생산업체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 개발과 국제적인 브랜드 구축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샤프가 기술 개발과 브랜드 구축만 맡고 생산은 국외 공장에 맡겨야 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자전주의가 흔들릴 조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급격히 치솟은 엔화가치는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생산하려면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뒤 부품공급선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자전주의를 고수해온 도요타자동차는 국외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고 있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리눅스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히타치는 27일 국외 부품 조달 비율을 50%로 확 높여 비용 절감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과도한 자전주의에서 탈피해” 생산비를 대폭 낮추겠다는 뜻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엔고, 전력난, 환경문제 등 이른바 ‘6중고’에 처해있는 일본 제조업계가 자전주의와 결별하기 시작하면서 “모노즈쿠리가 기로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의 ‘떠밀린 개방’이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업의 강점을 깎아먹을지, 새롭게 강화시킬지 일본 내에서도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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