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22 오스프리와 CH46 수송헬기 작전반경
미-중의 충돌 뉴 그레이트 게임
➍ 오키나와…미 태평양라인의 최전선
➍ 오키나와…미 태평양라인의 최전선
지난 9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의 해변공원을 10만명의 주민이 가득채웠다. 주일 미군이 후텐마기지에 신형 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MV-22)를 배치하는 데 반대하기 위해 열린 이날 ‘오키나와 현민대회’의 참가자 수는 오키나와 본토 인구(122만명)의 거의 10분에 1에 육박했다. 개발 단계부터 많은 사고를 냈던 오스프리가 사흘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주택가에 긴급착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집회 참여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기지에 가장 위험한 수송기를 배치하는 걸 누가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고야 히토시 기노완시의회 의원(기지문제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후텐마 기지는 인구 9만여명이 사는 기노완시의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이 줄기차게 이전을 요구해온 그 비행장에 미군은 ‘과부 제조기’로 불리는 오스프리를 배치하기로 했다. 오스프리는 올 들어서도 지난 4월 모로코에서, 6월엔 미국 플로리다에서 추락사고를 내는 등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기종이다. 기지 바로 옆에 있는 후텐마제2초등학교 가와무라 가즈히사 교장은 2004년8월13일 오키나와 국제대학 본관에 헬기가 추락했던 끔찍한 사고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스프리 배치에 반대하는 일본시민 1만여명은 이날 도쿄에서도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주일미군은 끄덕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군은 지난 7월23일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오스프리 12대를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시험비행을 하기 위해 들여왔다. 이를 오키나와로 옮겨 10월부터 본격 운용할 계획이다.
작전반경 3900㎞ 미군 오스프리
일, 후텐마에 배치 허용하며
“센카쿠도 안보조약 적용 대상”
남중국해 기지 공동사용 합의도
오스프리의 오키나와 배치는 오키나와 미군 재편 계획과 단단히 맞물려 있다. 아직 미국 의회의 반대로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중국의 해상진출 강화에 맞선 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오키나와 미군의 재배치를 일본과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합의안에서는 현재 오키나와 주둔중인 1만8000명의 해병대를 1만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4700명은 괌 기지로 옮기고, 나머지는 하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다윈 기지 등에 순환 주둔시키기로 했다.
기지 이전비용의 70%를 대기로 한 일본 정부는 이를 “지역주민에게 기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핵심은 오키나와가 적의 집중타격을 받아 괴멸 위험을 처하지 않도록, 거점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른바 ‘제1열도선’(미국쪽에서 보면 중국 해양 진출의 방어선, 중국쪽에서는 2010년까지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로 목표를 세운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해양 영역의 경계선)의 핵심부에 있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의 핵심 거점이었던 오키나와의 전략적 가치엔 변화가 없다.
오스프리는 병력 분산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핵심장비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오스프리는 미 해병대의 행동반경을 크게 넓히고, 기동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후텐마 기지에 배치돼있는 CH-46 수송 헬기는 행동반경이 700㎞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스프리는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갑절에 이르는 속도로 무려 3900㎞를 날아갈 수 있다. 대만(640㎞)이나 서울(1400㎞)은 물론이고, 서쪽으로는 중국 내륙, 남쪽으로는 싱가로프와 인도네시아,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남부 지역까지 직전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오키나와 미군 재편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협력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주장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일본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은 1982년 덩샤오핑의 지시로 마련한 인민해방군 근대화계획에서 2010년까지 제1열도선에 방위선을 펴, 그 안쪽의 해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계획은 실행중이다. 언젠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일본은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대상’임을 거듭 미국에 다짐받으며, ‘방어태세 확립’에 머물던 자위대 운용을 ‘공격 태세’로 전환중이다.
<산케이신문>은 미군과 자위대가 남중국해 팔라완섬의 필리핀 해군기지나 공군기지를 정비해 함께 훈련에 쓰는 방안을 미-일 양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4월 보도했다. 양국은 북마리아나제도 티니안섬 미군기지는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3일 “미국 국방부가 X밴드로 알려진 탄도미사일 추적용 고성능 레이더 기지 설치를 일본과 논의하고 있다”며 “일본이 동의하면 몇 달 안에 일본 남부에 기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신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해양 진출을 크게 우려하는 일본이 ‘아시아로 귀환한 미국’의 자장 속으로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향해서도,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이라는 삼국 안보협력의 남은 한 변(한-일 동맹)을 마저 잇자고 재촉하고 있다.<끝> 오키나와·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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