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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시민들, 546일째 천막농성…“원전 사라질 때까지 계속”

등록 2013-03-10 20:39수정 2013-03-10 22:33

시모야마 다모쓰(75)
시모야마 다모쓰(75)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
탈원전 구심점 ‘경산성앞 천막광장’
관청가 인근 ‘원전철폐’ 깃발 꽂고
노·장·청 시민 어우러져 반대 시위
“죽기 전에 싸움 끝나기를 바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되던 2011년 9월11일, 한 무리의 노인들이 일본 도쿄 관청가(가스미가세키)의 경제산업성 청사 옆 빈터에 몰려와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막 앞에 ‘원전 철폐’를 요구하는 깃발을 내걸고 그 안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이 세워진 지 10일로 546일이 된 지금, 이곳은 일본 탈원전 싸움의 정신적 중심이다.

“우리는 규약을 가진 조직도 아니고, 대표도 없어요. 그래도 이름은 있어야 해서 ‘경산성(경제산업성) 앞 천막광장’이라고 붙였을 뿐이지요.”

은퇴 전 생활협동조합 팔시스템에서 일했던 시모야마 다모쓰(75·사진)는 주 4차례 하루 몇시간씩 이곳에 와서, 농성 지원을 온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 천막광장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은 40여명. 평일 낮엔 주로 직업이 없는 노인들이 맡고, 밤이나 휴일엔 젊은이들이 맡는다. 필요한 일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분담한다. 농성장을 지키고, 손님을 맞이하고, 전단지를 정리해서 나눠주는 일 등이다. 금요일엔 인터넷으로 방송도 한다.

근처의 총리 관저 앞에서는 여전히 매주 금요일이면 반원전 시위가 벌어진다. 시위 참가자들 가운데는 시위를 전후해 이곳 천막촌에 들러 가는 사람이 꽤 있다. 전국 각지의 반원전 운동 소식을 알리고, 시위를 알리는 전단을 맡기고 가기도 한다.

시모야마는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뀌고, 아베 정권이 ‘2030년대 원전 제로’라는 정책 목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을 크게 걱정했다. 그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면, 아베 정권이 추가로 원전 재가동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스미가세키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반원전 운동의 상징인 이곳 천막촌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막을 처음 세웠을 때 민주당 정부는 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한 탈원전 여론은 정부로 하여금 천막 철거를 강행하지 못하게 했다. 요즘도 가끔 우익단체 회원들이 선전차를 끌고 와 소란을 피우기는 하지만, 자민당 정부도 강제철거는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저 매일 경산성 직원을 보내 동태를 살피고 사진을 찍어갈 뿐이다. 시모야마는 “일본의 모든 원전이 가동을 맘추는 것으로 확정되기 전에, 우리 손으로 천막을 접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죽기 전에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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