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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미나마타병’ 57년만에 일 대법, 첫 인정 판결

등록 2013-04-17 20:29수정 2013-04-17 22:30

“정부기준인 여러 병증 없어도
생활이력 등 종합적 판단 해야”
병 인정 ‘소송’ 잇따를 가능성
16일 오전 일본 도쿄 최고재판소(대법원) 앞에 붓으로 ‘벽’이라고 쓴 1.4m 길이의 종이 깃발이 내걸렸다. 행정과 사법의 벽을 부수고야 말겠다는 한 원고의 간절한 바람을 적은 것이다.

오후 3시. 최고재판소는 판결을 내렸다. “(현 정부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의 승리였다. 최고재판소는 이날 미나마타병 환자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나마타병 환자임을 사법판단으로 인정했다. 정부가 인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개별적으로 따져 미나마타병을 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 쪽이 병을 인정해달라고 현 정부에 처음 신청한 지, 무려 39년 만이다. 원고 미조구치 아키오(81)의 어머니는 병에 시달리다 1977년 77살의 나이로 이미 숨졌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공장폐수 속 메틸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사람들이 신경마비 등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다.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 일대에서 환자가 속출하자 일본 정부는 1956년 병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1971년 병의 인정 기준을 공표했다. 이 기준은 1977년 들어, 손발의 감각 장애 외에 다른 증상도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매우 엄격해졌다. 병을 호소한 사람의 상당수가 병을 인정받지 못했다.

1977년 기준에 따라 병을 인정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3000명가량이다. 이들에게는 공장폐수를 미나마타만에 버려 병의 원인을 제공한 화학회사 칫소가 1500만~1700만엔씩 지급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한 환자들이 훨씬 많았다. 일본 정부는 ‘정치적 결단’으로 1977년의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병증이 있는 1만1000명에게 일시금으로 210만~260만엔씩을 지급했다. 하지만 병을 호소하는 환자는 여전히 많았고, 2009년엔 구제특별조처법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6만5000명이 구제를 신청한 상태다.

미조구치의 어머니도 1955년부터 손에 감각마비 증상을 보였다. 1974년 미나마타병을 인정해달라고 현에 신청했지만, 필요한 검진을 다 받지 못한 채 3년 뒤 숨졌다. 현 정부는 1995년 신청을 기각했다. <아사히신문>은 “구마모토현 정부는 병원 쪽에 검진 기록을 17년 동안이나 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검진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숨져 신청이 기각된 사람이 420명이고, 인정받은 사람은 40명뿐이다”라고 17일 보도했다.

미조구치 유족은 2001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리고 12년 만에 역사적인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최고재판소는 “병증이 여러 가지가 아닌 경우에도 미나마타병으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 생활 이력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법판단으로 병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기업과 정부가 인정하기를 꺼린 공해병 환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데는, 이 병이 처음 공식 확인된 1956년으로부터 무려 57년이 걸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미나마타병

일본 화학회사인 짓소가 1946년부터 바다에 버린 공장 폐수가 원인이 돼 발생한 대표적인 공해병 가운데 하나다. 메틸수은에 오염된 미나마타만(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의 어패류를 먹은 사람들이 감각마비 등 증상을 일으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56년 공식 확인됐다. 1965년에는 니가타현에서도 쇼와전공의 폐수가 원인이 돼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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