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침략전쟁 부인 이어 ‘야스쿠니 집단 참배’ 두둔
박대통령 “역사인식 바르지 않으면 국가관계 곤란”
박대통령 “역사인식 바르지 않으면 국가관계 곤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에 대해 “위협에 굴하지 말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전날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취지의 ‘침략의 정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아베 총리는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다시 “일본 각료들에게는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에 대해 존경과 숭배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안에서 야스쿠니 참배가 외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서도 “국익을 수호하고 역사와 전통 위에서 자긍심을 지키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며 “(참배를 하지 않으면) 관계가 좋아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한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항의를 시작한 것은 노무현 시대부터 두드러졌지만, 그 전에는 거의 없었다.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른바 A급 전범을 합사했을 때에는 항의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야스쿠니신사의 춘계대제(봄철 큰제사) 기간에 봉물만 보내고 참배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소 다로 부총리 등 각료들이 참배한 데 이어 23일엔 국회의원 168명이 참배해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의 잇따른 망언과 관련해 “역사인식이 바른 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일본이) 그에 대해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 자리에서 “국제사회에서 주변 국가들과 조화롭게 협력하고 돕는 것이 국가 발전의 근간인데, 이게(역사 관련 망언) 계속되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일본으로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한-중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극우적인 역사인식을 지키기 위해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무릅쓰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갈등으로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한-일, 중-일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주변국들이 힘을 모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중국과 한국의 적대감에 불을 지핀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로 보인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에이(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는 취임 전부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등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길윤형 조혜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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