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의 섬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간 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2003년 방문 이후 10년 만이다.
29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양국 정상은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간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실효지배 중인 남쿠릴열도의 4개 섬을 둘러싸고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양국은 1956년 10월 “평화조약을 체결한 뒤에 소련이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섬을 우선 일본에 반환한다”고 합의했지만, 일본이 4개 섬 모두의 반환을 요구해 고이즈미 총리 시절부터 영토 교섭이 중단됐다.
2010년 11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 4개 섬 중 한곳인 구나시르를 방문했고, 그 뒤 러시아는 섬 개발을 가속화해왔다. 푸틴은 대통령에 다시 당선돼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이 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였다. 올해 2월 일본도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러시아에 특사로 보내 화답해, 이번에 영토교섭이 재개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구나시르와 에토로후 등 2개 섬의 영유권 유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영토 교섭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양국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정상급을 포함한 정치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국방 장관회담(2+2회담) 등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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