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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채소 사주기·무료 영화로 ‘쓰나미 후유증’ 함께 씻다

등록 2013-05-13 20:40수정 2013-05-14 08:47

대지진 피해를 입은 미야코 지역의 마을 아이들이 영화생협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미야코 영화생협 제공.
대지진 피해를 입은 미야코 지역의 마을 아이들이 영화생협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미야코 영화생협 제공.
후쿠시마 일으킨 일본의 생협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최고 진도 7의 진동과 함께 해일로 동일본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사흘 뒤 가나가와 현민공제 생활협동조합은 이런 공고를 냈다.

‘지진 피해로 공제부금(보험료)을 내기 곤란한 분들에게 최장 6개월간 납부를 유예합니다. 공제금(보험금) 신청 서류를 일부 생략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지급하겠습니다.’

방사능 철저한 검사로
먹을거리 신뢰 회복
피해지역 재건 마중물 노릇
영화생협은 순회 상영회
이재민들 마음 달래

공제란 일종의 보험이다. 다만 생협 공제는 조합원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하고, 보험회사와 달리 자본이득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가 사보험에 견줘 매우 싼 것이 특징이다. 보장 수준을 조금 낮추는 대신 월 1000~3000엔의 보험료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생협 공제에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여기에다 간소한 절차를 거쳐 며칠 만에 보험금을 바로 지급한다. 3·11 대지진 이후 생협 공제의 강점이 발휘됐다.

전국생활협동조합연합회 보고를 보면, 2013년 3월 말까지 전국의 현민공제 가입자 가운데 생명공제에서 2533건(156억엔), 지진 피해까지 보장하는 신형화재공제에서 2만9231건(371억엔)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지진 피해자들 가운데는 다른 생협 공제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화재보험은 지진 피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조합원 사이의 유대를 키우는 생협의 강점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전국 각지의 생협들이 후쿠시마 생협 돕기에 나서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곳곳에서 이어졌고, 피해지역 생협들은 지역 재건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일본 후쿠시마현 일대가 방사능에 오염돼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던 2011년 4월, 미야기 생협은 ‘힘내라 후쿠시마, 농산물 구매로 응원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후쿠시마 생산자들을 돕는 행사를 벌였다. 5가지 채소를 담아 한 상자에 500엔(당시 약 6000원)으로 조합원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도호쿠 지역 6개 현에서 6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이 행사에서 무려 17만 상자의 후쿠시마산 채소가 팔려나갔다. 미야기 생협은 2012년에도 이 행사를 벌였다. 이와테 생협은 2012년 3월 대지진 1년을 맞아 각 점포에서 후쿠시마 농산물 응원판매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점포에서는 나흘간 팔기로 하고 30만엔어치의 식품을 준비했는데, 첫날에만 16만엔어치가 팔렸다.

현민공제 광고를 달고 달리는 일본 아이치현의 시내버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현민공제 광고를 달고 달리는 일본 아이치현의 시내버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생협의 사명 가운데 하나지만,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생협에는 중요한 과제다. 생협들은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해 정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고, 자체 기준치 이하로 방사능이 검출된 식품에 대해서는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했다. 미야기 생협이 후쿠시마 농산물 판매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생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오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생협의 이런 노력은 후쿠시마 남쪽 이바라키현과 지바현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생협은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후쿠시마현 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지역 어린이들이 방사능 오염으로 운동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염려해,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박2일가량 어린이들을 방사능이 낮은 지역으로 데리고 가 맘껏 뛰놀게 했다. 비용은 전국의 생협들과 일본유니세프협회가 지원했다.

해일 피해가 컸던 이와테현 미야코시에 있는 일본에서 유일한 영화협동조합 미야코 영화생협은 지진 피해로 상처를 입은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미야코시에 7개나 있던 극장이 모두 문을 닫은 뒤 1996년 설립된 이 생협은 1만7000여명의 시민 출자로 운영하는 영화관(스크린 2개)을 갖고 있다. 미야코 영화생협은 지진이 일어난 지 보름 뒤부터 ‘마을에 활기를, 아이들에게 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재민들을 찾아다니는 영화 상영회를 시작했다. 영화사에서 영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전국에서 후원과 함께 따뜻한 위로의 말이 쏟아졌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일을 도왔다. 무료 순회 상영회는 70차례 넘게 이어졌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도 해일로 시의 상당 부분이 망가졌다. 미야기 생협의 매장이던 아이토피아홀은 마을이 초토화되는 바람에 더는 매장으로 기능하지 못하지만, 지금 지역 재건의 중심부가 돼 있다. 생협은 매장을 주민들에게 교류의 장으로 내줬다. 조합원들도 이곳에서 모이고, 영화 상영 등 각종 문화활동이 이 곳을 거점으로 이뤄진다. ‘소통’을 중시해온 생협의 이념에 걸맞은 공간 재활용이다.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은 “재해가 있는 곳에 유토피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의 경우, 이윤이 아니라 협동과 연대를 목적으로 한 생활협동조합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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