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까? 경기 꼬꾸라질텐데…
그대로? 재정적자 심각한테…
그대로? 재정적자 심각한테…
일본 국회는 지난해 8월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부터 8%로 올리고, 2015년 10월부터는 10%로 올리기로 세법을 고쳤다. 경기가 나쁘면 인상을 유보할 수 있게 부칙을 달았지만, 일본은 이 문제로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올리자니 가계 부담이 크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기가 꼬꾸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올리지 않으면 일본의 나라 살림에 대한 국채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될 수 있다.
소비세가 오르면, 소비자는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세금 인상분만큼 돈을 더 내고 사야 한다. 현재 소비세가 붙어 105엔이던 상품은 108엔으로 2.86% 뛴다. 일본은행의 예측을 보면, 소비세가 8%로 오를 때 물가는 2% 오르고, 소비세가 다시 10%로 오를 때 1.3% 추가 상승한다. 가계의 실질소득은 그만큼 감소하는 셈이다.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도 크다. 일본 내각부는 소비세를 예정대로 올리면 내년 성장률이 명목 3.1%, 실질 1.0%에 이르리라고 내다본다. 물가가 2.1% 올라 실질 성장률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2.8%(명목 2.6%)에 이르지만, 이는 내년에 소비세가 오르기 앞서 상품 사재기로 소비가 급증하는 데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은 더 나쁘다. <아사히신문>의 1일 보도를 보면, 41개 민간조사회사가 전망한 내년도 성장률 평균치는 0.57%에 불과하다.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소비세율
세수 확보 재정위기 타개 위해
내년 4월부터 8%로 인상 예정 인상시점 임박…반대 여론 급증
정부, 파급효과 전면재검토 나서 그렇다고 소비세율을 올리지 않으면 재정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지난 3월 말 현재 940조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96%에 이른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7월 말엔 949조엔으로 늘어났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한 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명목으로 대규모 감세를 실시한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정비 예산을 크게 늘려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그 결과 계속 빚을 내 이자를 갚은 방식으로 재정적자가 만성화돼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12년 일본 재정적자는 48조엔으로 국내총생산의 10.2%나 됐다.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 가면 재정적자가 더욱 눈덩이처럼 늘어나리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쉼없이 진척돼 사회보장비 지출을 위한 재정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사회보장을 위한 일본의 재정 수요는 2012년 40.6조엔에서, 2015년 45.4조엔, 2025년에는 60.5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소비세를 올려 세수를 확보해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소비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세입이 2조5000억엔가량이다. 5%를 모두 올려도 조달 가능한 세수는 12조5000억엔에 그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국채 투자자들이 일본의 국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게 될 수 있다. 그러면 국채 이자가 올라 국채 조달비용이 더 커지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아베 신조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며 재정 건전화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잇따라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아베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신규 국채 발행액을 40조엔 이내로 억제한 전임 민주당 정부의 재정 규율을 깨고, 재정 지출을 더 늘렸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중·참의원에서 모두 안정 과반수를 확보한 자민당 정부는 소비세를 예정대로 인상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여론은 소비세 인상 반대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7월 말 조사한 것을 보면,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하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39.5%에 그쳤고, 반대가 55.8%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는 찬반이 비슷했다. 자민당 안에서도 소비세율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정부가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상한다는 원칙을 굽히지는 않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 담당상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아주 심각한 외적 요인이 없는 한, 세율을 올리지 않는다는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4명의 민간위원들은 연명으로 ‘증세에 의한 재정 건전화’를 요구했다.
소비자들은 소비세 인상이 예정대로 실시된다면 세금이 오르기 전에 상품을 사재기해 두는 게 유리한 까닭에, 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세가 아베노믹스의 운명, 자민당 정권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소비세, 일 정권의 무덤 민주당 몰락 진원지
아베 정권 깊은 고민 세계 각국에서 세금 인상이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본에선 소비세가 ‘정권의 무덤’이 되곤 했다.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5%의 소비세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오히라 내각은 1980년부터 5%의 소비세를 도입하겠다고 1979년 1월에 밝혔다. 하지만, 그해 10월 총선에서 자민당은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법안 제출을 포기했다. 1987년 2월에 5% 소비세 법안을 국회에 낸 나카소네 내각은 그해 4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번에도 법안을 폐기해야 했다. 1989년에는 다케시타 내각이 세율 3%의 소비세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그해 4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법 통과 직후 다케시타 총리가 사임해야 했다. 이듬해 7월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참패해 우노 총리가 사임했다. 그 뒤 하시모토 내각이 1997년 4월부터 3%인 소비세율을 5%로 올렸다가 199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총리가 사임했다. 소비세를 도입하고 5%까지 올리기까지 총리 3명이 물러나야 했다. 소비세 인상의 덫은 2009년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부도 피해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총선에서 각종 복지 지출은 늘리되,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나 간 나오토 총리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 6월 “자민당이 제안한 세율 10%를 참고해 (소비세) 증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했고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결국 간 총리는 물러났다. 뒤를 이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비세 인상 법안 가결을 주도했다. 소비세 인상을 강행하려고 복지 공약 이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 존재감 약한 야당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도 그 여파가 이어졌다. 소비세를 5%에서 2단계에 걸쳐 10%로 올리는 법 개정은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시행은 이제 아베 총리 자민당 정부에 맡겨졌다. 아베 총리는 그 덫을 피해갈 수 있을까? 도쿄/정남구 특파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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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일 정권의 무덤 민주당 몰락 진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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