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재 원폭피해자2세회장(54·부산컴퓨터과학고 교사)
나가사키에서 ‘아리랑’ 연주한 이태재 원폭피해자2세회장
원폭 낙하 중심지서 2세들 추모식
대금으로 고국 선율 연주해 넋 위로
“피폭자 10% 강제징용 한국인
2·3세 위한 특별법도 서둘러야”
원폭 낙하 중심지서 2세들 추모식
대금으로 고국 선율 연주해 넋 위로
“피폭자 10% 강제징용 한국인
2·3세 위한 특별법도 서둘러야”
“원통하게 돌아가신 한국인 희생자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노래가 ‘아리랑’이 아니었을까요?”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꼭 68년이 된 지난 9일 오전, 일본 규슈 나가사키시 원자폭탄 낙하 중심지 인근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앞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 집회가 열렸다. 한국원폭피해자2세회 회장인 이태재(54·사진·부산컴퓨터과학고 교사)씨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대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흐느끼는 듯한 대금 선율에 일본·한국·대만 등에서 모인 참배객 200여명은 숙연하게 귀를 기울였다. 그는 원폭 희생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을 ‘고향의 봄’도 구슬프고 애잔하게 연주해 심금을 울렸다.
5년 전부터 회장을 맡아온 이씨는 이날 피폭 2~3세인 대전·대구·울산의 고교생 3명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해 한국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곡을 바쳤다.
그의 부친인 이강녕(1927~2006)씨는 44년 16살에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로 강제동원됐다가 이듬해 8월9일 원폭 피해를 입었다. 해방 이후 귀국한 부친은 후유증에 시달리던 끝에 94년 7월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정부로부터 원폭 피해자로 인정받아 다달이 건강관리 수당을 받는 건강수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해 9월 한국으로 출국했다는 이유로 수당이 끊기자, 99년 일본 법원에 미지급 수당 청구소송을 냈다. 나가사키지법과 후쿠오카고법은 일본 정부가 미지급분 100여만엔을 지급하라고 부친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종심인 도쿄 최고재판소는 2006년 6월 지급 의무가 국가가 아니라 지자체에 있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고, 그 한달쯤 뒤 부친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다만 부친의 판례는 일본 국적이 아닌 피폭자가 원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부친의 소송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씨는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폭 1세대는 2500여명이고, 이들의 2세는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세회에서 활동하는 이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고, 자신의 세대에서 피해가 끝나기를 바라는 1세대가 피폭 사실을 자녀들한테 숨기는 사례도 적지 않단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의 10%는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이나 강제징집을 당한 한국인이었어요. 한국에 원폭피해자 2세, 3세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씨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피폭 2세, 3세의 건강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한국 원폭피해자 및 2세, 3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 운동을 비롯해 한국·일본 피폭자 2세들의 상호 지원과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나가사키/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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