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악재’ 딛고 큰표 얻어
아베 ‘디플레이션 극복’ 의지 밝혀
언론들 “2020올림픽 효과 3조엔”
논란 겪는 소비세 인상에도 ‘청신호’
역사·영토 문제서 더 보수화될듯
아베 ‘디플레이션 극복’ 의지 밝혀
언론들 “2020올림픽 효과 3조엔”
논란 겪는 소비세 인상에도 ‘청신호’
역사·영토 문제서 더 보수화될듯
“이번 올림픽 개최를 기폭제로 삼아 15년 동안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축소 지향의 경제를 떨쳐버리고 싶다.”
7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힘을 줘 강조한 점은 ‘경제’였다. 아베 총리는 개최지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는 인프라 정비,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오늘 우리들은 커다란 목표를 얻는 게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도쿄도의 자료를 근거로 “(2020년까지) 7년 동안 경기장 건설 등으로 3조엔의 직접적인 경제 파급 효과와 15만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는 기대섞인 예측치를 내놨다.
도쿄는 이날 예상과 달리 낙승을 거뒀다. 도쿄는 1차 투표에서 42표를 얻어 나란히 26표를 얻은 이스탄불과 마드리드를 꺾은 뒤, 이어진 결선에서도 재투표 끝에 마드리드를 꺾고 올라온 이스탄불을 60대 36으로 압도했다. <시엔엔>(CNN) 등 외신들은 “방사능의 공포를 이겨낸 도쿄의 거대한 승리”라며 일본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적어도 단기적으론 급등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승리를 위해 일본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등 세운 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투표 직전 열린 공식 프레젠테이션에서 국제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문제에 대해 “상황이 (일본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보증한다”고 강조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일관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총리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오염수의 안전과 재정 보증을 한 점이 주요한 승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거칠 것 없이 질주하는 아베 총리 앞에 암초는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현안은 내년 4월에 기존 5%에서 8%로 오르게 되어 있는 소비세의 인상 시점이다. 현재 일본은 소비세율을 기존 일정대로 올릴지, 아니면 경제가 더 회복될 때까지 여유를 둘지를 두고 여론이 양분돼 있다. <지지통신>의 조사를 보면 취임 초인 지난 1월 50.4%이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가 약발을 받자 4월께 62.1%까지 올랐지만, 이후 조정기를 거쳐 54.2%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이번 가을께 (소비세를 예정대로 올릴지 말지) 확실히 결론을 내겠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고 나면 아베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숙원인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는 헌법 개정과 그 전 단계인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그와 함께 위안부 등 역사 문제나 독도 등 영토 문제 등에서도 이전보다 더 보수화·우경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승리는 진정으로 일본 전체가 하나가 된 결과다.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이를 통해 일본의 축소 지향성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벗어나려는 ‘축소 지향’이 경제에 국한된 것인지, 정치·군사적인 면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일본의 올림픽 개최를 마음껏 축하할 수 없는 이유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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