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 2차소송
“군국주의 상징에 합사 용납안돼”
“군국주의 상징에 합사 용납안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오빠가 합사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 합사된 가족들에 대한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소송에 원고로 참가한 남영주(74)씨는 22일 도쿄 사법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밝혔다. 그의 큰 오빠 남대현은 1942년 일본 육군에 입대해 1944년 8월 뉴기니아(지금의 파푸아뉴기니)에서 숨졌다. 그는 “일본 정부한테서 오빠의 사망 통보도 받지 못해 부모님께서 큰 고생을 하다 숨졌는데,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마음대로 합사한 행위는 유족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 합사된 가족들을 빼내오려는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이하 보추협)의 소송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8년 2월 시작된 1차 소송엔 유족 11명이 참여해, 2011년 7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일본 법원이 일본 헌법 20조가 못박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워 “종교법인의 종교 활동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탓이다. 2심 판결이 23일 나오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
유족 27명이 참여하는 2차 소송에선 합사 철회와 함께 일본 정부에 군인·군무원으로 동원된 조선인에 대한 유골 조사를 요구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송의 쟁점은 1차와 비교해 크게 다르진 않지만 1차 소송 때 참여하지 못한 유족들이 추가로 소송 참여를 원했고, 조선인 무단 합사 문제의 부당성을 계속 호소하려고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해방 이후 일본 정부의 행정 협조를 받아 옛 조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합사에 나섰다. 현재 신사에 무단 합사된 조선인들은 2만1000명 정도에 이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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