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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국외 거주 피폭자에도 일 법원 “치료비 주라”

등록 2013-10-25 19:46수정 2013-10-25 21:10

확정땐 ‘일본내 치료 한정’ 차별 끝
한국 3000명 등 4500여명 혜택 가능
이근목씨는 2011년 7월, 한 많은 숨을 거뒀다. 당시 85살.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 이근목씨는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간 그에게 1960년대 들어 피폭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늘 관절염과 심근경색에 시달리며 월급의 10~15%를 치료비로 써야 했다.

그는 1986년 ‘피폭자 건강수첩’을 받아 여섯 차례나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았다. 건강은 좋아지지 않았다. ‘치료비를 지원받으려면 일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처사를, 생전의 그는 “차별”이라고 자주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1957년 ‘원폭피해자의 의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치료 대상을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해 사실상 한국인 등 외국인을 배제했다. 그러자 1970년 12월 부산에 사는 피폭자 손진두씨가 일본에 밀입국해 치료를 요청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일본 사회는 ‘손진두의 일본 체류와 치료를 요구하는 전국시민회’를 만들어 손진두 재판을 지원했다. 6년간의 긴 법정 투쟁 끝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1978년 손진두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한-일 정부는 한국인 피폭자들에 대한 지원을 조금씩 늘렸지만, 어디까지나 피폭자들이 일본에서 치료를 받을 때로 한정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연간 최대 17만9000엔의 치료비 지원에 만족해야 했다.

이씨가 생전에 보고 싶어 하던 판결이 24일 나왔다.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이씨 등 3명이 일본 정부와 오사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자폭탄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다른 전쟁 피해와 다른 특수한 것으로 이는 전쟁 수행의 주체인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구제한다는 국가 보상의 성격을 갖는다”며 한국인 피해자들이 한국에서 받은 치료비의 자기 부담분도 당연히 일본이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1970년 시작된 원폭 피해자들의 차별 철폐 투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현재 일본 정부가 발급한 피폭자 건강수첩을 가진 재외 피폭자는 한국인 3000여명을 비롯해 모두 4500여명으로 파악된다. 오랫동안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지원에 애써온 이치바 쥰코 ‘한국원폭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고령임을 생각해 국가가 항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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