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대신 중장기 저장시설 건설”
일본 정부가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최종 처분하는 후보지를 찾는 기구를 폐지하거나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일본의 방사성 폐기물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징후로 읽힌다.
<산케이신문>은 20일 일본 정부와 자민당 관계자들의 말을 따 “정부·여당이 그동안 방사성 폐기물 최종처분장 후보지를 정하는 구실을 맡아온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이하 정비기구)를 없애거나 대폭 개편하고, 그 대신 지상에 중장기 보관시설(건식저장)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정비기구는 2000년 10월 최종처분장 후보지를 선정하려고 정부와 각 발전회사들이 투자해 만든 회사다. 이후 정비기구는 전국 각 지자체를 돌며 후보지 선정 작업을 이어왔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처분장 유치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도 없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가 워낙 큰 탓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하면 이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폐액을 고체화해 지하 300m 밑의 최종처분장에 10만년 넘게 보관한다는 방침을 정해 두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체화된 방사성 폐기물은 모두 2000여개로,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등 전국 3곳에 분산 보관돼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종처분장을 만드는 대신 앞으로 수십~수백년 정도 폐기물을 잠정 보관할 수 있는 건식 저장시설을 만드는 편이 더 좋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현재의 처분장 정책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여왔다. 그 결과 정비기구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거나 폐지하고 후속 조직을 설립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저장 시설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처분하는 최종 대안이 아니어서, 원전과 최종처분장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고민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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