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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위령비 백지화 위기

등록 2013-12-02 15:26수정 2013-12-02 22:55

일 우익단체 항의로 제막식 무산
시민단체 “여론 추이 보며 재추진”
악화된 한-일 관계의 여파로 한국, 일본, 재일동포 시민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위령비 건립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도쿄신문>은 2일 일본 홋카이도 북부에 자리한 작은 시골 마을인 사로후쓰무라에 건립될 예정이던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위령비 건립 사업이 우익 단체들의 강력한 항의에 막혀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전체 인구가 2800명밖에 안 되는 시골 마을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태평양전쟁 시기에 이 마을에 지어진 아시지노 비행장 때문이다. 당시 비행장 건설에는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도 동원이 됐지만, 노동력의 주력은 조선에서 온 4000여명의 노동자들이었다.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고, 이들의 주검은 화장되거나 근처 공동묘지 한쪽에 가매장 됐다. 잊혀졌던 조선인 유골 문제가 다시 드러난 것은 홋카이도포럼 등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추적해 온 시민단체의 노력 덕분이다. 2005년 활동가들이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발굴 조사를 했더니 주인을 알 수 없는 유골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2006년, 2009년, 2010년, 2012년 네번에 걸쳐 한국, 일본, 재일동포 대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이곳을 찾아 발굴 작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 조선인 유골 39구가 발견됐고, 이 가운데 2구는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족이 확인돼 한국으로 봉환됐다.

유골 발굴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홋카이도포럼과 사로후쓰무라 현지의 ‘구 일본 육군 아사지노 비행장 건설 공사 희생자 유골 발굴 실행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위령비를 세우기로 했다. 애초 개막식은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는데 끝내 열리지 못했다. 한국 언론 등에서 “촌에서 위령비 건립에 지원금을 낸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일본 우익들이 촌사무소에 시민들의 세금을 조선인 위령 사업에 쓰지 말라며 200여건 넘는 격렬한 항의를 쏟아낸 탓이다.

결국 촌은 위원회가 위령비 건립을 위한 토지 사용허가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정된 제막식을 중지시켰다. 채홍철 홋카이도포럼 공동대표는 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국 보도와 달리 촌에서 위령비 건립에 돈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이후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설립을 재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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