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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무기수출 3원칙’ 위반 논란

등록 2013-12-24 19:54수정 2013-12-24 22:46

남수단 한국군에 탄환 1만발 제공

일 신문들 대대적 보도
관방장관 “긴급한 필요” 예외 강조
한·일 군사협력 선례 될지 관심도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병된 한국 한빛부대가 일본 육상자위대한테서 실탄 1만발을 제공받은 상황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선 평화헌법 체제에서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위반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 요청을 받은 일본 정부는 23일 밤 아베 신조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참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4대신 회의를 열어 남수단 주둔 육상자위대의 한빛부대에 대한 실탄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밤 발표한 긴급 담화에서 이번 결정은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라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한 필요성과 인도적 성격이 매우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4일 일본 주요 신문들은 1면에 이번 결정을 전하며, 무기수출 3원칙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무기·탄약 제공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변경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의한 무기탄약 양도는 역대 내각이 국회 답변에서 거듭 부인해 온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오랜 세월 쌓아온 정부의 정책 방침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처가 유엔 평화유지활동법 25조의 ‘물자협력’ 조항을 근거로 한다고 설명했지만, 1991년 국회에서 이 법을 심의할 때 “물자협력에 무기와 탄약, 장비가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정부 관계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답변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야당도 이번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며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당의 기타자와 도시미 전 방위상은 “지나치게 졸속으로 결정이 이뤄졌다”며 “(무기 제공은) 전후 일본에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임시 각의 등을 열어 정말로 긴급성이 있는지 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 간사장도 “긴급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국가의 원칙이 걸린 큰 문제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천명한 무기수출 3원칙은 공산권국가, 유엔이 무기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수출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6년 미키 다케오 총리가 이에 더해 ‘헌법과 외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의 정신에 따라 무기수출을 삼간다’ 등의 내용을 추가한 뒤, 이 원칙은 일본의 무기수출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수문장 구실을 해왔다.

스가 장관이 “정부는 국제 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해 나간다”며 이번 결정을 아베 정권의 안보 이념이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개념인 ‘적극적 평화주의’와 연결시킨 대목도 주목을 요한다. <도쿄신문>은 24일 “이번 조처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외교·안전보장 이념으로 내건 적극적 평화주의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처가 향후 한-일 군사협력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서 이번 실탄 지원 이후 “잘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일본 정부는 17일 공개된 방위계획대강에서 “한국과 밀접한 연대를 추진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등 이후 연대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력은 유엔 평화유지군 차원의 협력으로 이뤄진 일이며, 한-일 군사 협력이나 일본의 무기수출, 한-일 관계 개선과는 관계가 없다”며 “이번 사안을 일본이 활용하려는 것 같은데,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본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이번 소식을 전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박민희 김규원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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