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뒤 복구 현황은
중간저장시설 부족해 지지부진
사회간접자본 복구도 35% 그쳐
곳곳 쓰나미 피해 건물·차량 방치
중간저장시설 부족해 지지부진
사회간접자본 복구도 35% 그쳐
곳곳 쓰나미 피해 건물·차량 방치
22일 일본 후쿠시마현 마쓰가와마치에 자리한 사찰 세이린사의 경내 곳곳에는 커다란 흙더미가 비닐 포장에 덮여 있었다. 이 절의 주지 오카노 사다마루는 “제염 작업으로 나온 토양”이라며 “사찰 전체에서 제염을 끝내면 이런 오염된 흙이 120t이나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가장 애먹이고 있는 복구작업은 토양에 달라붙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이다.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제염을 하려면 대상 지역의 토양 표면을 모조리 걷어내야 한다. 오카노 주지는 “제염에는 돈이 많이 들고 걷어낸 오염 토양을 보관할 중간저장소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 저장소가 정해지지 않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환경성이 밝힌 11월 현재 제염 진척 상황을 보면, 제염 특별구역으로 정해진 11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제염이 끝난 곳은 다무라시 한 곳에 불과하다. 미나미소마시·도미오카마치·나미에마치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자리한 후타바마치 등은 진척도가 0%에 머물러 있다. 결국 환경성은 제염 만료 기간을 애초 2013년에서 3년 뒤로 미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미나미소마시에서 핵발전소가 자리한 나미에마치를 지나 후타바마치로 가는 도로 양쪽의 논에는 여전히 지난 쓰나미의 피해를 입은 건물들과 밀려온 차량들이 방치돼 있었다. 이들 지역은 주민들이 모두 피난한 ‘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돼 한낮인데도 마을 전체가 텅 빈 유령도시 같았다. 쓰나미에 밀려 부서진 방파제·도로·다리 등 사회간접자본의 복구 상황은 지난 7월 현재 ‘정비가 끝난 곳’이 35%, ‘정비가 진행 중인 곳’이 30%였다. 미나미소마시의 기타에비지구 해안에 서보니, 겨울바람에 밀려드는 파도가 맹렬하다. 주민들이 3·11 대지진 3년을 맞아 세운 관음상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은 맑았지만 자동차 한대도 다니지 않는 적막한 해안이었다.
미나미소마·후타바·나미에(후쿠시마)/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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