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직 총리론 7년 4개월만에
정부 “개탄과 분노”…중국도 반발
정부 “개탄과 분노”…중국도 반발
“아베상, 아리가토!”(아베 총리, 고맙습니다)
26일 오전 11시30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도착전(到着殿) 앞. 아베 신조 총리를 태운 검은색 렉서스가 도착하자 보수단체인 일본유족회 회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아베 총리는 유족회 관계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신관들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7년4개월 만에 일본의 현직 총리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결행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희생한 영령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이들이 편히 쉬기를 기원하며 두 손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 대한 질문에 “야스쿠니 참배가 이른바 전범을 숭배하는 행위라는 오해에 기반한 비판이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해온 일들을 영령께 보고하고,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에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를 전하려고 참배했다. 중국과 한국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참배를 두고 일본 언론은 ‘취임 한돌을 맞은 총리의 전격적인 결정’이라고 짚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참배는 한·중 등이 그어놓은 ‘금지선’을 넘은 셈이어서, 위안부 문제 등 ‘역사 갈등’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동아시아 정세에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미 한-일, 중-일 관계가 악화된 상태지만 파국으로 흐르지 않은 것은 아베 총리가 소신을 꺾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 정부 대변인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며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참배 배경으로 ‘평화’를 거론한 것을 두고 “완전히 양봉음위(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며 마음으로는 배반함)이고 흑백전도”라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일본 지도자가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동을 취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혔다.
도쿄 베이징 워싱턴/길윤형 성연철 박현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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