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신궁 3번째 참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올해 첫 공식 활동으로 미에현 이세시의 이세신궁에 참배하러 가고 있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제사지내는 신사로, 과거 제정일치와 국체원리주의의 총본산 구실을 하던 종교시설이다. 미에현/교도 연합뉴스
이세신궁 참배뒤 새해회견
박대통령은 “사전준비 있어야”
중 “대화 희망은 허위” 거부 밝혀
박대통령은 “사전준비 있어야”
중 “대화 희망은 허위” 거부 밝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양국 정상들이 전제조건 없이 흉금을 터놓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와 차이가 커서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6일 미에현 이세신궁을 참배한 뒤 연 새해 기자회견에서 새해 외교정책에 대해 질문을 받고 “중국·한국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은 지금 상황에서 전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곤란한 과제와 문제가 있을수록 전제조건 없이 정상들이 흉금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감행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선 “(참배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언급한 나의 진의를 직접 성의를 갖고 설명하고 싶다. 정상회담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이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언제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 일-중, 일-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해왔다. 이것도 직접적인 접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여태까지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도 “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이 염두에 둔 ‘사전 준비’는 이날 그가 한-일 관계의 기초라고 언급한 ‘무라야마 담화’(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인정한 담화)와 ‘고노 담화’(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견해 표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련의 행위들로 놓고 보건대 아베 총리가 말끝마다 중국 지도자와 대화를 희망한다고 하는 것은 허위다. 그는 스스로 중국 지도자와의 대화의 대문을 닫아걸었다”며 정상회담 제의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인 헌법 개정에 대해선 “헌법이 제정된 지 68년이 되는 지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해석의 변경이나 개정을 위한 국민적인 논의를 더욱 깊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본격적인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 반발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에 정중하게 설명을 하고 싶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을 하면 이해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도 참여 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국익과 국익이 부딪히는 측면이 있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착지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핵발전소 신설을 두고선 “재생가능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추진하며 가능한 한 원전 의존도를 낮춰간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기존 원전에 대한 재가동은 하겠지만, 원전 신설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외상 등 7명의 각료와 함께 일본의 건국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시는 이세신궁을 참배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이세신궁을 참배하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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