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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아시아의 1인자 뺏겼다는 상실감이 우경화 부추겨”

등록 2014-01-13 19:21수정 2014-01-13 20:43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2015년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서 진전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외교적 절충과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대 이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길윤형 특파원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2015년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서 진전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외교적 절충과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대 이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길윤형 특파원
[한겨레가 만난 사람]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이종원(61) 와세다대 교수의 정세분석은 객관적이어서 날카롭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 속에서 일본의 정세를 분석한 뒤 그에 상응하는 냉정한 조언을 이어왔다. 여느 ‘일본 전문가’들처럼 희망 섞인 민족주의에 기대지 않기 때문에 건조하지만,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명확히 제시한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다.

 그의 독특한 시각은 한국에서 태어나 1982년 일본으로 건너 간 뒤 32년 동안 일본 사회를 내부로부터 바라본 이방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이 교수가 “최근 한-일 관계는 그동안과 전혀 다른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서로를 잘 알던 한국과 일본의 옛 세대가 물러나는 상황 속에서 동아시아에 지정학적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 와세다대에 한국학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게 된 이 교수로부터 연구소의 활동 방향과 최근 한-일 관계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릿쿄대 부총장을 지냈고 2012년 2월 와세다대에 부임했다.
인터뷰/ 길윤형 도쿄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의 명문 사학인 와세다에서 한국학연구소를 개설했다.

“내가 와세다에 부임한 게 2012년 2월이다. 부임 뒤 와세다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모여 연구소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그게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 한국학 중핵대학으로 선정이 돼 연구소가 설립이 빨라졌다. 물론 와세다 대학은 한반도와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고, 유학생도 많다. 한국 유학생이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합쳐 1100명 정도나 되고, 매년 한국어를 이수하는 학생이 2000여명으로 일본 내 단일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편이다. 학내에 한국에 대한 관심도 있고, 축적된 연구도 있어 학내 연구자들이 힘을 모은 것이다.”

-최근 일본의 ‘혐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런 분위기가 연구소 설립을 서두르게 한 측면이 있다. 2012년부터 한일 관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에서 산 게 벌서 32년이 되는데 한일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단계로 접어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대를 기준으로 보면, 일본에서도 지난 전쟁의 역사나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들이 주력이다. 한국도 일본에 대해 표면적으로밖에 인식을 못하고, 일본도 한국에 대해 친근감 같은 것은 있는데 깊이가 없다. 그래서 한류 붐 등이 일어나면 급속히 확장되는데, 영토 분쟁 등이 생기면 쉽게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진다. 대학은 교육이 가장 큰 업무이니까 일본의 새로운 변화를 주시하면서 한국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한국학 연구의 토대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일본에 처음 온 것이 1982년이다. 당시만 해도 일본 유학이 많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웃음) 내가 서울대 공대 72학번인데 학생운동을 하다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제적이 되어 버렸다. 이후 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 등에서 일을 하다 유학 준비를 했다. 유학을 결심하던 1980년대 초는 국제정치적으로 일본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던 시기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원래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외교가 한반도 문제에 어떻게 관여 되는지 알고 싶었다. 미국엔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기도 하고 멀기도 해서(웃음). 막상 일본에 와서 국제정치 공부를 해보니 순수한 일본의 외교보단 미국의 아시아 정책 아래서의 한일관계라는 관점에서 일본 외교를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도 교수들도 전부 미국 외교를 전공한 이들이었고, 읽는 책도 대부분 미국 책이었다. 일본에서 보니까 미국의 영향력이나 존재가 워낙 커서 한-일 관계를 보자고 했는데 한-미-일 관계가 되었다.”(이종원 교수의 박사논문의 이름은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다. 그는 이 연구로 제 13회 오히라 마사요시상을 수상했다.)

-10년 동안 써오던 <한겨레>에 칼럼을 지난해 9월 말 중단했다. 2002년 9월 첫글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북한 방문이었다. 기억하시나?

“그랬던 것 같다. 일본에 있으니까 당연히 일본이 한반도와 관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관심이었다. 고이즈미 외교가 재미있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토대로 하면서도 독자적인 외교를 한 것이다. 그 배후에 다나카 히토시(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외무심의관 등 역임)라는 외교관이 있었다. 회고록 등을 보면 다나카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아사아라는 지역을 위해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게 일본 외교에서 몇 안 되는 독자적인 외교적 시도였다.

현재 동아시아를 보면, ‘중국의 대두, 한국의 성장, 일본의 상대적인 쇠퇴’라는 지정학적인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말부터 동아시아에 두개의 커다란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 말기부터 등장한 ‘아세안+3(한중일)’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장하는 등 협력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또 하나는 조지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신냉전적인 흐름이다. 여전히 지금도 그 흐름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것 같다. 사회경제적으로 상호의존이 높아지면서 지역이 형성되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흐름이 여전히 존재하고, 한편으로는 국가주의의 대두로 군비경쟁이 전개되기도 한다.”

한-일 관계,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요즘 일본인들 과거사 잘 몰라
사안 따라 혐한-친한 오락가락
‘아베의 신사 참배 좋지만
외교는 걱정’이라는 어정쩡한 반응

한국, 집단자위권 못 막겠지만
피해는 주지말라 확실히 요구해라
2015년 예고된 아베담화 관련해
지금부터 외교적 싸움 준비해라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지 이제 5년이 됐다 지금의 흐름은 어떤가.

“오바마 정권은 전임 부시와는 달라서 중국과 대결 노선이 아니다. 중국을 끌어들이면서 지역의 틀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여러 흐름이 있어서 군산복합체가 있고, 군부 등은 일본을 군사적으로 확대시키는 게 자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미중이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면 현재는 미국이 지역의 안정자 역할을 모색하며 일본이 돌출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이를 제어하는 모습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가장 문제는 역시 일본이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흐름은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최근 몇가지 요인이 겹쳤다. 먼저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이 우경화로 연결된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의 대두가 예상보다 빨랐다. 2011년부터 중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뒤집히고, 마침 그때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다. 안 그래도 잃어버린 10년, 20년 등으로 경제가 어렵고 정치개혁이 좌절되는 등 축적된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 일본이 아시아의 일인자가 아니라는 상실감, 대지진의 충격, ‘일본이 이제 약하다’ 자각 등으로 인해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게 된다. 한국도 그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나, 천왕 사과 발언 등으로 일본의 표면적인 우경화를 가속시킨 측면이 있다. 이를 일본 우파들이 자신들의 어젠다 실현을 위해 활용하며 지금의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 일본 사회 전체의 반응은 어떤가.

“예전엔 일본의 우경화가 ‘흐름’이었지만, 지금은 ‘제도화’가 이뤄지는 단계다. 일반 시민들의 감정은 망설이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반중, 혐한 등의 여론이 강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이를 꼭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가는 것은 좋다’고 하지만, ‘외교는 걱정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즉, 신냉전적인 감정과 공동체적인 이해관계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만들려는 국가는 무엇인가.

“일본의 보수들은 앞서 두 흐름 가운데 신냉전적인 사고에 기반해 있다. 중국은 대두하지만 미국은 후퇴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당분간은 미국에 의존하면서 일본의 국가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1990년대부터 등장한 이른바 보통국가론이다. 아베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보수의 대미의존은 단순한 대미의존은 아니다. 아베 총리에도 어찌 보면 대미 자주노선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사실 지난 패전, 즉 미국 부정이다. 이들은 일본의 자주적인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평화헌법 때문에 일본은 군사적인 주권이 없으니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경제 등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방향으로 나가자는 게 아베 정권의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대중들의 생각보다는 몇발 더 앞으로 나가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당장 눈앞에 닥친 ‘집단적 자위권’이 걱정이다.

“올해 봄(4월로 예상)에 총리의 자문기관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에서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할 것이다. 일부 신중론이 있지만 일본에선 현재 이를 저지할 힘이 없다. 부딪히는 벽이 있다면 하나는 경제이고 또 하나는 외교다. 아베 노믹스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인데 소비세 인상을 하는 등 모순이 내포돼 있다. 아베 노믹스의 부정적인 측면이 먼저 닥쳐 경제에 타격이 오면 아베 프로그램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외교 마찰 때문에 경제의 충격이 오는 경우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적으로 아베 총리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는 비판을 하더라도 새로운 단계를 생각하고 비판해야 한다. 미국은 미중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미국 자체의 군사력이 쇠퇴하니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말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주권적인 사안이고 미일 간의 외교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과 상의해 결심하면 하는 것이다. 결국 나눠서 볼 수밖에 없는데 일본이 주권적인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우리가 비판할 순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단, 한반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되는 부분에서는 명확히 해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이 공격 받으면 돕는다는 것이니 한국과 상의 없이 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는 된다. 현재 언론 보도를 보면 ‘관계국의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는 식으로 처음엔 신중하게 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군사적 개입이 한반도 상황을 상당히 불안하게 했다는 역사적인 경험도 있으니 이를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또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동아시아의 안보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안에도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방향성이 좋은 구상들이 있다. 한반도나 한일 문제를 지역 틀에서 해소해 간다는 구상인데 이를 빨리 구체화하고 프로그램화해야 한다.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아직은 중도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면한 한일간의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아베 총리가 더 이상 야스쿠니 참배를 못하도록 하는 쐐기를 박아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도 있다.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하며 “한국, 중국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했고, 고노 담화(위안부 동원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 무라야마 담화(침략과 식민지배의 잘못을 인정한 담화)를 계승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희망이 섞인 전망이긴 하지만 아베 총리도 현재의 외교적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선 뭔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선 미국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최소한 위안부 문제에서 진지하게 해결책을 고민하는 쪽으로 끌고 가면 상당한 진전이 될 수 있다. 물론 쉽진 않지만 그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 한일 간에는 2015년을 어떻게 맞을까라는 문제가 있다. 이 해가 한일협정 체결 50주년이고, 일본 입장에선 패전 70주년이다. 이때 아베 담화를 낸다고 한다. 이를 위한 외교적인 절충과 싸움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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