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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스승 고이즈미는 왜 아베를 버렸나

등록 2014-01-15 20:39수정 2014-01-15 22:54

아베 성공 도와준 ‘정치적 스승’
작년부터 ‘탈핵이 민의’ 강조에도
아베가 아랑곳 않자 다른길 택해
“오늘은 음력으로 12월14일이다. 이날 아코 낭인들이 결행을 했다.”

탈핵을 전면에 내건 호소카와 모리히로(76)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72) 전 총리의 연대가 이뤄진 14일. 고이즈미는 호소카와와 도쿄의 한 호텔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선거 지원에 나서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고이즈미가 언급한 ‘아코 낭인’이란 지금의 효고현 아코시 출신의 무사를 뜻한다. 이들 아코 낭인 47명은 에도막부 중기인 1703년 주군 아사노 나가노리를 억울한 누명에 빠뜨려 죽게 한 원수 키라 요시히사를 참살한 이른바 ‘추신구라’ 고사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거사를 끝낸 뒤 에도막부에 의해 처형된다. 그러나 일본에선 지금도 이들을 의리와 충직함을 지킨 충신의 표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추신구라에 빗댔다는 것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결연한 각오로 2월9일 치러지는 도쿄 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겠단 결심을 했다는 뜻이 된다.

고이즈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관계를 잘 아는 이들은 이번 대결을 뜻밖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이즈미가 총리 재임 시절인 2003년 9월 3선에 불과한 아베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2005년 10월 정권의 2인자라고도 할 수 있는 관방장관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를 “정치의 스승”이라 부르기도 했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고이즈미가 지난해 하반기 탈핵을 기치로 내걸고 ‘강연 정치’를 시작하면서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11월 한 방송에 나와 “지금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고이즈미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2일 고이즈미는 퇴임 뒤 첫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총리가 탈원전을 택하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지금은 정치가 민의를 읽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탈핵을 선택하도록 간곡히 조언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가 아랑곳하지 않자 고이즈미는 아베 총리에 대한 마음을 접고 호소카와를 돕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해 말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둘의 화해를 도모했지만, 스가 관방장관이 “우린 마스조에 요이치로 (지지후보를) 결정했다”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전직 총리의 연대가 일본 야권의 정계 개편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993년 (호소카와 전 총리가 주도한) 일본신당에서 함께 활동한 이들이 지금은 각 당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 등 야당에 많다”고 짚었다. <산케이신문>도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마쓰노 요시히사 일본유신회 국회의원단 간사장 등이 일본신당 출신이고, 간 나오토 전 총리, 오자와 이치로 생활당 대표 등이 탈핵 문제에서 호소카와 지지 방침을 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간 나오토 전 총리는 13일 개인 누리집에 남긴 글에서 아베 총리가 핵정책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 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에 대해 “도쿄도는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최대 전력 소비지였다. 이젠 소비자가 전력의 종류를 선택하는 시대이므로 지사 선거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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