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네 스스무(앞줄 가운데)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장이 19일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미군 후텐마 기지를 나고시의 헤노코로 옮기는 데 반대해온 이나미네 시장은 기지 이전과 관련한 행정 절차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나고/AFP 연합뉴스
오키나와 나고시 이나미네 시장
“기지 불허 신념 관철할 것” 재천명
일 정부 당혹감 속 “계획변경 없다”
“기지 불허 신념 관철할 것” 재천명
일 정부 당혹감 속 “계획변경 없다”
19일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나미네 스스무(68) 오키나와현 나고시장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선전 포고’를 했다. 기지 이전을 전제로 한 정부와 모든 협의를 거절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나미네 시장은 당선 확정 다음 날인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오키나와현과 국가는 분명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헤노코의 바다에도, 육지에도 새로운 기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앞으로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처로 “정부가 기지 이전을 위한 조사와 절차를 진행할 때 시장의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모든 권한을 활용해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의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막겠으니, 이전 계획을 포기하라는 요구다. 이나미네 시장은 전날 치러진 나고시장 선거에서 자민당이 지원한 찬성파 스에마쓰 분신(65) 후보를 4000표 넘게 큰 표차로 이겼다.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1996년 4월 미국과 합의한 헤노코 기지의 후텐마 이전 계획에 변경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기지를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공통 인식이다.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만이 (미군의) 억지력을 유지하며 후텐마 기지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의 권한은 한정돼 있어 (이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지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은 이나미네 시장의 태도는 “올바르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양쪽이 기지 이전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나고시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기존 후텐마 기지 주변에 살고 있는 기노완시 주민들은 이나미네 시장의 승리를 환영하면서도 기지 이전 사업이 늦춰질까 우려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보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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