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호소카와 모리히로(76) 전 총리, 마스조에 요이치(65) 전 후생노동상
호소카와,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
자민 후보 “즉시 탈핵…무책임” 역공
보수언론도 ‘호소카와 때리기’ 가세
“고이즈미 나서면 열풍 불것” 전망도
자민 후보 “즉시 탈핵…무책임” 역공
보수언론도 ‘호소카와 때리기’ 가세
“고이즈미 나서면 열풍 불것” 전망도
과연, 호소카와-고이즈미 열풍은 불 것인가?
19일 치러진 오키나와현 나고시장 선거가 자민당의 패배로 끝나자 일본 정계의 관심이 다음 ‘빅매치’인 2월9일 도쿄 도지사 선거로 옮아가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핵발전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번 선거마저 패한다면,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호소카와-고이즈미 열풍’에 기댄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판세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일본기자클럽이 20일 열려던 도지사 주요 후보의 공동 기자회견을 단념했다”고 보도했다. 1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72) 전 총리와 극적인 ‘탈핵 연대’를 이룬 호소카와 모리히로(76) 전 총리 쪽에서 “일정을 맞출 수가 없다”며 불참을 통보해온 탓이다. 신문은 “도쿄도의 도정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주요 후보들 사이의 정책 토론이 한번도 열리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호소카와 전 총리한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실제로 호소카와 진영에선 처음엔 15일 공식 출마의사 의사와 공약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이후 17일, 20일, 22일 오후로 계속 일정을 미루고 있다. 그 때문에 호소카와 전 총리가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선거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호소카와가 ‘탈핵’을 전면에 내세운 또다른 후보인 우쓰노미야 겐지(67) 일본변호사연합회 전 회장과 단일화에 실패한 점도 부담이다. <아사히신문>은 가와이 히로유키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탈핵을 요구하는 20개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만든 탈핵 그룹이 양자 사이의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단일화 거부의 이유로 호소카와 진영에선 “(공산당 등)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은 후보와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쓰노미야 쪽에선 “호소카와 전 총리가 탈핵 외에 다른 정책은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견줘 자민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마스조에 요이치(65) 전 후생노동상은 “즉시 탈핵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호소카와를 몰아붙이고 있다. 마스조에는 아베 내각부터 아소 내각까지 후생노동상을 지내 노인층에서 인기가 높다.
보수 언론들의 호소카와 때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산케이신문>은 21일, 1994년 4월 호소카와 정권의 조기 퇴진의 배경이 된 ‘사가와규빈 사건’을 재조명하며 “(최근 비리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 도지사 사건(선거 직전 의료법인 도쿠슈카이에서 5억엔을 빌린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사가와규빈 사건이란 호소카와가 1983년 구마모토 지사 선거에 나서기 직전에 도쿄의 운송회사 사가와규빈에서 1억엔을 빌린 사건을 뜻한다. 이 사건 등의 여파로 호소카와는 취임 9개월 만인 1994년 4월 총리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3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돼 고이즈미가 거리로 나서면 단번에 열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스조에를 지지하는 베테랑 도의원은 <아사히신문>에 “‘미군기지가 싫다’는 유권자들의 심리와 ‘원전이 싫다’는 심리는 닮아 있다. (나고시장 선거의) 여파가 미치면 도지사 선거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찬핵 vs 탈핵…도쿄도지사 선거의 교훈 [오피니언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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