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00여개 기업 순이익 70% 늘어
정부, 내수진작 위한 임금인상 촉구
정부, 내수진작 위한 임금인상 촉구
‘엔저’ 순풍을 타고 일본 기업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권사인 에스엠비시(SMBC)일흥증권(닛코쇼켄)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2013년 4월~12월)까지 실적을 내놓은 상장기업 512개(전체 상장기업의 38.0%)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2%, 순이익은 7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일본 기업의 지난해 회계연도 전체(2013년 4월~2014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3%, 순이익은 75.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보면, 엔저의 혜택을 본 전기와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의 실적이 주로 개선됐다. 미쓰비시전기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산용 설비 판매가 호조를 보여 3년 만에 실적이 개선됐고, 도시바도 스마트폰용 플래시 메모리의 판매가 늘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 1533억엔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를 보면 혼다가 지난해 10~12월 석달 동안 세계 시장에서 108만대를 팔아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혼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회계연도 전체를 기준으로 전년보다 43.2% 증가한 7800억엔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4일 “상장기업 가운데 68개 업체가 영업이익, 71개 업체가 순이익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일본 경제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예상보다 수출 증가세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해 수출은 자동차 부분 등의 호조로 9.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엔저에 따른 환율 변수를 빼면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신흥국 시장의 전망도 기업들의 큰 우려 사항이다.
앞으로 과제는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느냐다. 양적완화를 뼈대로 하는 ‘아베 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양적완화가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임금 인상과 그에 따른 내수 확장을 불러와 다시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완성돼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업 쪽에 임금인상을 거듭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정부가 이런(감세) 조처를 취한 것은 대기업의 내부유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이 정도까지 했으니 대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고, 하청기업에 (4월에 5%에서 8%로 인상되는) 소비세를 전가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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