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일본 우경화의 두 풍경
“침략국가 누명 억울” 논문으로 해임
20대 지지율 2위…넷우익 실체 확인
“침략국가 누명 억울” 논문으로 해임
20대 지지율 2위…넷우익 실체 확인
“제일 놀란 것은 다모가미가 받은 61만표입니다. 젊은이들이 다모가미와 같은 역사관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죠. 거기에 일본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야노 히데키 ‘강제연행·기업책임추구재판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9일 치러진 일본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의 압승이 아닌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의 약진이라고 말했다. 다모가미는 2008년 10월 “일본이 침략국가라고 하는 것은 억울한 누명이다”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해 항공막료장에서 해임된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꼽힌다. 그런 다모가미에게 도쿄 시민들이 ‘즉시 탈핵’의 실현을 위해 필사적으로 선거 운동을 펼쳤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95만표)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표를 안긴 셈이다.
특히 다모가미의 전체 득표율은 12%지만, 20대의 지지율은 24%로 당선된 마스조에(3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일본 젊은 세대의 우경화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1일치 2면 ‘다모가미, 60만표의 의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현상을 해부했다. 신문은 다모가미의 지지층이 기존 보수보다 더 과격한 성향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넷우익’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모가미의 지지자들은 9일 밤 애초 30만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던 득표수가 60만표를 넘자 “전후 일본의 기만과 위선에 질린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탄생”이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넷우익의 역습>이라는 책을 쓴 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넷우익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언론들이 다모가미를 주요 4대 후보로 다룬 탓에 그가 넷우익을 넘어 다른 보수층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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