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도쿄대학 명예교수
도쿄서 ‘한겨레’와 인터뷰
“아베 정권이 정말 ‘고노 담화’의 검증에 나설지, 아니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적절히 유야무야 처리할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3일 일본 도쿄 간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와다 하루키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진행하겠다고 밝힌 고노 담화 검증 작업이 “지금까지 쌓아온 한·일 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와다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의 발언에 일부 오락가락하는 점이 있지만 이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일을 하도록 강제됐다는 사실”이라며 “고노 담화가 만들어질 때 증언을 한 여성들이 많이 숨져 실제 조사를 한다고 해도 딱 부러진 결론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 온 지한파 지식인인 와다 교수한테 위안부 운동은 그의 인생에 적잖은 부담과 치욕을 안긴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고 만든 아시아 여성기금(1995~2007)에 참여한 일로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에서 적잖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과론이지만, 당시 한-일 시민사회가 좀 더 단계론적인 접근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와다 교수는 “일본인들은 1970년대 한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요구하고, 과거 식민지배의 청산을 요구하는 열망을 봤다. 그래서 지난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덕분에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일본 사회에 혁명을 일으킬 순 없으니 일본인들이 전후 50년에 걸쳐 겨우 도달한 아시아 여성기금을 인정하고, 이것이 조금 부족하니까 더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는 단계적인 접근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베 교수는 “이것이 거부당해 생긴 불만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과 연결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와다 교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아시아 여성기금을 받지 못한 할머니들한테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사죄금을 지급하고, (일본이 법적인 책임(한국 주장)을 져야 하는지 도덕적인 책임(일본 주장)을 져야 하는지 논쟁이 거세니) 일본이 도덕적인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이 구체적으로 뭘 원하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에 와서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베 신조 총리가 아닌 일본인들한테 직접 말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사진/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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