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령(점거)하고 있다’는 설명을 담은 초등학교 5·6학년 사회 교과서 4종을 검정에서 합격처리했다. 사진은 이날 합격 판정을 받은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지도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이 교과서는 내년 봄부터 사용된다. 도쿄/연합뉴스
개악된 일본 초등교과서 보니
점유율 50% 도쿄서적본 포함
검정 통과 4종 모두 “일본 영토”
위안부 서술은 한 줄도 없어
“아이들에게 대립·갈등만 부추겨”
점유율 50% 도쿄서적본 포함
검정 통과 4종 모두 “일본 영토”
위안부 서술은 한 줄도 없어
“아이들에게 대립·갈등만 부추겨”
오랫동안 한-중-일 청소년 교류와 교과서 운동을 진행해 온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검정을 통과한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다 ‘가슴이 아픈’ 발견을 했다. 이날 공개된 검정본에서 한 출판사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관련된 기술을 삭제하는 대신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대신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호와 친선의 소중한 경험을 지워버리는 대신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가 언급한 교과서는 미쓰무라도서가 집필한 초등 6학년용 사회 교과서다. 이를 보면 ‘세계에서 일본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항목 아래 일본과 남북한의 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현행본은 139쪽에서 한국에 대해 “1965년 일한기본조약을 맺은 뒤 국교가 시작됐다. 2002년에는 양국이 협력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축구 월드컵을 개최했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2014년 검정본 143쪽에는 월드컵과 관련된 기술이 빠진 채 “…무역뿐 아니라 사람과 문화 교류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일본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에 일본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대체돼 있다.
2015년부터 사용되는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역사 관련 기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도 등 영토 관련 기술의 변화다. 현행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선 일본 영토에 대해 “우리나라의 위치와 영토”를 가르친다고만 되어 있고 세부지침인 ‘해설서’에선 영토를 다룰 땐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네개 섬)가 러시아에 의해 불법 점령돼 있고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다룬다”는 지침만 나와 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도 북방영토 관련 내용은 반드시 가르쳐야 하지만, 독도나 중-일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선 꼭 다룰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베 정권 이후 교육 우경화 현상을 반영한 탓인지, 이번 검정 땐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을 대거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판에서 니혼분쿄(일본문교)출판의 <소학사회> 한곳에만 등장했던 독도 기술이 이번에 검정을 신청한 4개 출판사 교과서 전체로 확대됐다.
일본 초등학교의 50% 이상이 채택하고 있는 도쿄서적의 <새로운 사회>는 2010년 검정을 통과한 현행본엔 독도에 대한 직접 기술은 없고, 지도에서 독도의 왼쪽에 국경선을 그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나 새 검정본에서는 “일본 해상에 있는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교이쿠(교육)출판의 <소학사회> 기술은 더 자세하다. 이를 보면,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지만 1954년부터 한국의 불법 점거가 이어지고 있다. … 일본이 한국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는 기술이 등장한다. 한-일 양국간의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이 기술만 보면, 학생들은 한국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등 합리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한-일 과거사에 대한 객관적인 기술도 적지 않았다. 도쿄서적은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해선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1910년 사람들의 저항을 군대로 억누르고 조선을 병합했다. … 조선 사람들의 자긍심에 심한 상처를 줬다”고 적었다. 간토 대지진을 설명하는 과정에선 4개 출판사 모두 “지진으로 인한 혼란 가운데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흘러나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내용을 기술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이 위안부에 대한 기술은 찾을 수 없었고, 난징대학살에 대해선 교이쿠출판에서 “싸움이 (난징) 시가지에서도 확대돼 많은 주민의 피해를 불렀다”며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간략한 기술에 그쳤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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