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1년전 미국 “우려” 표명에도
롯카쇼무라 공장 10월 완공
연간 플루토늄 8t 추출 가능
미, 핵비확산 원칙에 어긋나도
양국관계 악화 우려 제지 못해
한국 재처리 요구땐 변명 궁색
롯카쇼무라 공장 10월 완공
연간 플루토늄 8t 추출 가능
미, 핵비확산 원칙에 어긋나도
양국관계 악화 우려 제지 못해
한국 재처리 요구땐 변명 궁색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일본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사진)을 미국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10월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일본과 같은 수준의 재처리 권한을 요구하는 한국의 주장을 꺾을 논리가 궁색해지는데다 용도가 불분명한 플루토늄이 늘어나는 등 미 정부의 핵 비확산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비영리 보도기관인 ‘센터 포 퍼블릭 인터그리티’(CPI)와 공동 취재를 통해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 대니얼 포네먼 미 에너지성 부장관 등이 지난해 4월 미국을 찾은 스즈키 다쓰지로 일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대리에게 롯카쇼 공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롯카쇼 공장은 일본 혼슈의 최북단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있으며, 1년에 8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8t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능력을 갖고 있다.
보도를 보면, 컨트리맨 차관보는 “롯카쇼의 가동이 (미국에게) 큰 우려가 될 수 있다”며 당시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이던 한-미 원자력 협정과 이란 핵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플루토늄을 소비할 원전(고속증식로)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롯카쇼무라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이 두 가지 문제가 꼬이면서 미국이 곤란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네먼 부장관도 “플루토늄을 소비할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재처리를 통해 추출해 낸 플루토늄의 재고가 늘어나기만 하는 게 아닌가. (미국은) 매우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롯카쇼무라 공장이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공장이 가동되면 일본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개를 만들 수 있는 44.2t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개발 중인 고속증식로 등을 통해 평화적으로 소비할 거라고 강조해왔지만, 시험가동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실험로 ‘몬주’에서 볼 수 있듯 이 계획은 사실상 파탄난 상태다. 플루토늄에 우라늄 연료를 섞어 일반 원자로에서 소비한다는 플루서멀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권은 11일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롯카쇼무라 공장을 준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미국을 배려해 “플루토늄의 회수와 이용의 균형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긴 했지만, 일본이 보유 중인 사용후 핵연료가 1만7315t에 달하기 때문에 일본은 20년 동안 160t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9~2012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했던 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플루토늄 정책을 재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실망했다. 개인적으로는 롯카쇼무라 공장을 가동하지 않은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가동 중단을 요구해도 일본이 받아들일 리 없고, 양국 관계만 악화될 것이란 우려 탓에 이 문제를 전면에서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상한’ 플루토늄이 점점 늘어갈 경우 일본의 재처리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미-일 원자력 협정(2018년 7월 만료)의 연장 협상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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