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운전 재개된 오이원전
“안전 기준 낙관적…신뢰 못해”
“안전 기준 낙관적…신뢰 못해”
일본에서 안전 기준과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금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후쿠이지방재판소는 21일 “지진의 흔들림에 대비한 예측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원자로를 냉각하는 기능에 결함이 있다”며 간사이전력이 운영하는 오이 원전(후쿠이현 오이군) 3~4호기의 운전을 재개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히구치 히데아키 재판장은 이날 판결문에서 “‘기준 지진동’(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흔들림에 대비하기 위한 기준 수치)을 뛰어넘는 진동이 지난 10년 동안 전국 원전에서 5번이나 관찰됐다. 오이 원전의 기준 지진동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간사이 전력의 안전 기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재판에서 원전 재가동 금지를 요구한 주민들과 간사이전력은 △외부 전원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원자로의 냉각이 가능한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가 손상돼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은 없는가 △주변의 활성단층과 산사태 등으로 지반이 엇갈릴 가능성은 없는가 등의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결국 안전을 중시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전국이 원전 재가동을 향해 움직이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모은 것은 오이 원전 3~4호기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운전이 재개된 원자로기 때문이다. 이 원자로는 2012년 7월 운전을 재개했지만, 지난해 9월 정기검사를 위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오이 원전 3~4호기는 현재 지난해 7월 강화된 새 원전심사 기준에 따라 원자력규제위원회의(이하 규제위) 심사를 받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점을 들어 “이 판결은 2012년 11월 제소 당시의 안전 대책에 대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일본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른 소송과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일본 탈원전변호사전국연대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16개 원전과 원전 관련 시설에 대해 가동 중지를 요구하는 30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규제위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이다. 이 원전에 대해서도 현재 지역 주민들이 주변 화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재가동 저지를 위한 소송을 내는 등 치열한 법정 투쟁이 진행 중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재판에 참여 중인 변호사들이 원전에 대한 심포지엄이나 연구 모임을 열거나 판사들이 심리의 진행방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사법연구소의 연구회에서 원전 소송을 테마로 다루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선 원전 상업운전이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 안전을 우려해 원전 가동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이 이어졌지만, 이시가와현의 시가원전(2006년)과 후쿠이현의 고속증식로 ‘몬주’(2003년) 가동 금지 소송이 1심에서 2차례 승소했을 뿐 상급심에선 모두 패소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안전이 확인된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정부의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만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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