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납치문제 재조사 합의] 합의 내용
조사위 구성·이견땐 협의까지
입항 재개·총련자금 유입 기대
조사위 구성·이견땐 협의까지
입항 재개·총련자금 유입 기대
29일 북한과 일본이 동시에 발표한 양국 합의에는 일본이 그동안 주장해온 요구 사항이 대폭 수용돼 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등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재조사’와 함께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검증도 사실상 받아들였다.
북한은 지금껏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 평양선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통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서 일본 정부가 파악한 공식 납치 피해자 17명에 대한 재조사뿐 아니라, 일본에서 북한이 납치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는 행방불명자 860여명에 대해서까지 재조사를 받아들였다.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라는 별도 기구까지 만들고 “제기되는 문제들을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합의까지 했다. 북송 재일교포들을 따라가 북에서 살아온 일본인 배우자 문제까지 언급한 점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 대가로 북한이 얻게 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 해제가 아닌, 일본이 독자적으로 취하고 있는 경제제재들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인적 왕래 규제와 송금, 휴대금액과 관련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6년 7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북-일 교류의 상징인 만경봉 92호 입항을 금지시켰고, 그해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모든 북한 선박 입항 금지와 물품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합의가 이행돼 만경봉호 입항과 인적 교류가 재개되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자금이 예전처럼 북한에 유입될 수 있어 북한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문제는 조사 방법과 결과에 대해 양쪽의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다. 북한은 이날 발표에서 “특별위원회의 조사 방식과 이를 검증하는 방식을 수시로 일본에 통보하고, 조사 과정에서 일본인 생존자가 발견되는 경우 귀국시키는 쪽으로 거취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확언했다. 북-일 관계 개선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 여론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생존을 밝히고 일본으로 귀환시키는 극적인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많은 장애물을 앞에 두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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