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독주에 쏟아지는 비판
‘혐한론’ 쓴 극우 만화가도 “반대”
‘혐한론’ 쓴 극우 만화가도 “반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일본의 진보 세력만이 아니다. 자민당의 ‘보수 본류’를 자처하는 원로 정치인뿐 아니라, 극우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들도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중이다.
일본유족회의 전 회장이자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고가 마코토 전 중의원은 8일 발행된 월간 <세카이>(7월호)와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과 ‘해석 개헌’ 방침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 전쟁의 어리석음을 우리가 두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게 역대 정권이 계승해 온 헌법 해석의 본질”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다는 것은 역대 정권이 이어온 평화주의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전쟁에 참여해 미국과 대등하게 된다는 것은 (아베 총리가 선택한) 잘못된 길”이라고 지적했다.
와키 마사시 현 참의원 간사장도 같은 잡지에서 “(22일 종료되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각의 결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일정을 정해두지 않고 충분한 논의를 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일본 보수들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아베 총리에게 깊은 불신을 감추지 않는 것은 전후 일본의 번영이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9조의 기초 아래서 이뤄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가토 고이치 전 간사장, 노나카 히로무 전 간사장 등 은퇴한 유력 정치인들뿐 아니라 9선의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의원, 노다 세이코 총무회장 등 현역 의원들도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혐한론>으로 유명한 극우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국가라는 것은 괴물이기 때문에 폭주하면 무섭게 변한다”고 전제한 뒤 “자주방위론자인 나도 집단적 자위권은 반대다. 먼저 개별적 자위권을 강화한 뒤 헌법 9조의 제약 탓에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헌법의 해석 변경이 아닌) 개헌을 하는 게 도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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