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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한-일관계 최악 치달아…국장급 ‘위안부 협의’ 회의론 커질 듯

등록 2014-06-20 22:13수정 2014-06-20 23:43

한·미·일 정보공유 추진 등
장기간 표류 가능성 커져
시진핑 방한 앞두고 있어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
일본이 20일 고노 담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가뜩이나 꼬여 있던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고노 담화 자체를 수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고노 담화 계승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일본은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간 정치적 협상에 의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 고노 담화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일본의 발표 내용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입각해 한국과의 문안 조정에 임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실무자 의견까지 다 끄집어내서 공개했는데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선전전이다. 진실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노 담화 작성 과정을 폭로하는 것은 고노 담화의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것이지 일본이 말하는 계승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최근 미국이 나서 한-일 관계 복원을 촉구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3월 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한-일은 이후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외교당국간 국장급 협의틀을 가동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의 필요성에도 공감하는 등 협력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이번 발표는 이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장 국장급 협의나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 추진 등을 중단시키는 조처를 취할 것 같진 않다. 지금까지 두 차례 한 국장급 협의는 어떻든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다룰 유일한 교섭창구이고, 안보 현안은 독도 등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 다룬다는 정부의 기본 원칙에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 등을 사실상 부인하고 나선 마당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포함된 3국간 정보공유 논의도 국내 여론의 향배에 따라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번도 성사되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도 올해 안에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대목은 다음달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다. 지난해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올 1월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여는 등 한-중 간에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역사 연대’가 강화돼 왔다. 이런 역사 연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에 대해 “역사를 뒤집으려는 그 어떤 기도도 인심을 얻을 수 없으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일 관계가 더 얼어붙고 한-중 간 역사 연대가 강화되면,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이유진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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