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미 교수
일 ‘위안부 전문가’ 요시미 교수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일 공개된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요시미 요시아키(사진) 주오대 교수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담화를 부정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론 그게 불가능하니, 담화를 검증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아시아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2년 1월 일본 방위연구소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는 자료를 찾아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계 여론을 환기시킨 주인공이다.
“아베 고노담화 부정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검증을 벌인 것
군이 인권침해 했다고
정부가 국민에 얘기해야
그러나 아베정부에겐 그럴 마음 없어
일본이 이 문제 해결 않은 채
중국이나 한국과
살아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공개한 배경은 뭔가.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부정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힘의 관계 때문에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고노 담화는 신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이번 검증을 했다고 본다.” -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하나. “내용만 놓고 보면, 담화를 부정한다는 의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담화의 핵심 중 하나는 ‘(위안부 모집과 관련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는 부분이다.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보고서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또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상·보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동원과정의 강제성과 국가의 법적 책임인데. “그렇다. 담화는 ‘조선반도는 일본의 통치 아래 있어, 그(위안부) 모집·운송·관리도 감언과 강압 등 전체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감언은 형법으로 말하자면 ‘유괴’, 강압은 ‘약취’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 인신매매로, 범죄다. 일본 정부는 이를 업자들이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 시설인 위안소에 여성들이 도착하면, 군이 체크를 했다. 딱 보면 누가 유괴나 약취에 의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일본군이 업자를 인신매매범으로 체포하고 피해자인 여성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그런 예는 한 건도 없다. 결국 위안소는 군의 시설이니까 군은 유괴, 약취라는 범죄의 주범, 업자는 종범이 된다. 국가의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담화는 이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보고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위안부 동원 당시 일본과 조선의 위안부 동원 방식에 차이가 있었나. “위안부의 다수는 비일본인 여성들이고 조선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본인 여성의 경우 1938년 2월 내무성이 출국을 제한해, ‘21살 미만은 안되고, 매춘부(성매매)를 했던 전력이 없어도 안 된다’는 제한을 걸었다. 그러나 식민지인 조선이나 대만엔 그런 통첩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21살 미만의 어리고, 성적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됐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한일협정은 청구권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일본은 식민지배 책임 문제는 인정하지 않았고, 위안부와 같은 중대한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은행예금, 우편저금, 기업의 미불임금이 해결됐다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논리에 맞다. 일본인들이 이 점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1995년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기금을 만들 때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에는 정부 예산이 한푼도 쓰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하면 보상이 되는 게 아니죠’라고 말했다, 단, 의료지원금 등에는 정부 예산이 사용됐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위로금을 정부 예산으로 내고, 의료지원금을 국민 모금으로 했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지 모금에 참여한 이들에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일본 정부가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보다, 정부가 뭘 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니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이 중대한 인권 침해이고 일본군이 저지른 것이라면 적합한 대응을 해야 한다. 군이 인권 침해를 했으니 일본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국민에 설명하고,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겐 그럴 마음이 없다.” -위안부 문제의 현재적 의미는 뭔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밝혀진 뒤 전 세계가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아프리카나 여러 분쟁지역에서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고, 독일에서도 같은 제도가 있었다는 게 화제가 돼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일본에선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말을 해도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쿄 도의회에서 도정 질의를 하는 여성 의원에게 ‘애나 낳으라’는 남성 의원의 비야냥이 가능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전쟁과 식민지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이나 한국과 살아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검증을 벌인 것
군이 인권침해 했다고
정부가 국민에 얘기해야
그러나 아베정부에겐 그럴 마음 없어
일본이 이 문제 해결 않은 채
중국이나 한국과
살아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공개한 배경은 뭔가.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부정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힘의 관계 때문에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고노 담화는 신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이번 검증을 했다고 본다.” -보고서를 어떻게 평가하나. “내용만 놓고 보면, 담화를 부정한다는 의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담화의 핵심 중 하나는 ‘(위안부 모집과 관련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졌다’는 부분이다.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보고서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또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상·보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동원과정의 강제성과 국가의 법적 책임인데. “그렇다. 담화는 ‘조선반도는 일본의 통치 아래 있어, 그(위안부) 모집·운송·관리도 감언과 강압 등 전체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감언은 형법으로 말하자면 ‘유괴’, 강압은 ‘약취’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 인신매매로, 범죄다. 일본 정부는 이를 업자들이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 시설인 위안소에 여성들이 도착하면, 군이 체크를 했다. 딱 보면 누가 유괴나 약취에 의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일본군이 업자를 인신매매범으로 체포하고 피해자인 여성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그런 예는 한 건도 없다. 결국 위안소는 군의 시설이니까 군은 유괴, 약취라는 범죄의 주범, 업자는 종범이 된다. 국가의 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담화는 이를 인정한다는 것인데 보고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위안부 동원 당시 일본과 조선의 위안부 동원 방식에 차이가 있었나. “위안부의 다수는 비일본인 여성들이고 조선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본인 여성의 경우 1938년 2월 내무성이 출국을 제한해, ‘21살 미만은 안되고, 매춘부(성매매)를 했던 전력이 없어도 안 된다’는 제한을 걸었다. 그러나 식민지인 조선이나 대만엔 그런 통첩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21살 미만의 어리고, 성적 경험이 없는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됐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한일협정은 청구권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일본은 식민지배 책임 문제는 인정하지 않았고, 위안부와 같은 중대한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은행예금, 우편저금, 기업의 미불임금이 해결됐다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논리에 맞다. 일본인들이 이 점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1995년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기금을 만들 때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에는 정부 예산이 한푼도 쓰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하면 보상이 되는 게 아니죠’라고 말했다, 단, 의료지원금 등에는 정부 예산이 사용됐다.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위로금을 정부 예산으로 내고, 의료지원금을 국민 모금으로 했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지 모금에 참여한 이들에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일본 정부가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보다, 정부가 뭘 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니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이 중대한 인권 침해이고 일본군이 저지른 것이라면 적합한 대응을 해야 한다. 군이 인권 침해를 했으니 일본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국민에 설명하고, 이를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겐 그럴 마음이 없다.” -위안부 문제의 현재적 의미는 뭔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밝혀진 뒤 전 세계가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아프리카나 여러 분쟁지역에서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고, 독일에서도 같은 제도가 있었다는 게 화제가 돼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일본에선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말을 해도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도쿄 도의회에서 도정 질의를 하는 여성 의원에게 ‘애나 낳으라’는 남성 의원의 비야냥이 가능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전쟁과 식민지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이나 한국과 살아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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