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사용 범위 타국으로 넓혀
‘일본 존립에 명백한 위협’ 등
표현 모호해 정권 해석따라
중동 등 전세계로 확장될 수도
일 “정세변화 따른 억지력” 강변
센카쿠열도서 국지전 가능성도
‘일본 존립에 명백한 위협’ 등
표현 모호해 정권 해석따라
중동 등 전세계로 확장될 수도
일 “정세변화 따른 억지력” 강변
센카쿠열도서 국지전 가능성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된 일본 자위대는 ‘평화헌법’(헌법 9조)의 고삐를 풀어버리고 전쟁이 가능한 보통의 군대로 탈바꿈해 갈 전망이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 앞에서 일본이 자신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쪽으로 안보정책을 대전환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 환경이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
1일 아베 정권이 강행한 각의 결정의 핵심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을 받아 국민의 권리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명백한 위협이 있을 경우 △필요·최소한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위 조처로서 헌법상 허용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위대를 ‘전수방위 원칙’(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군대라고 판단해 온 것은 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9조의 정신에 따라 자국이 공격을 당했을 때만 무력을 행사한다는 제약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자위대는 미국 등의 요구에 의해 1992년 평화유지활동(PKO)법을 만들어 유엔(UN)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거나, 1999년 주변사태법이나 2003년 이라크 특별조치법 등을 통해 군사적 역할을 늘려가면서도 ‘후방 지원’이나 ‘비전투지역’ 내의 활동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번 각의 결정을 통해 자위대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해 온 헌법 해석을 바꾸면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자국’에서 ‘타국’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타국의 범위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일단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한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지만, 정권의 판단에 따라 무력 사용의 대상이 사실상 중동 등 전세계로 무한 확장될 수 있다.
무력 행사의 또 다른 조건으로 언급된 “일본의 존립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는 표현도 추상적이어서, 정권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아사히신문>도 이에 대해 “일본이 무력 행사를 할지 말지를 정권의 판단에 맡긴 것”이라며 “무력 사용의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와 함께 일본 정부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는 자위대의 후방 지원과 무기 사용의 폭도 대폭 넓히도록 물꼬를 텄다.
눈여겨볼 점은 일본이 자위대의 무력 행사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모호함을 ‘억지력’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 결정문에서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해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게 됐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베 총리도 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처가 “일본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중국을 자극해 동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한층 더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중-일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상은 물론 지난해 11월 중국의 항공식별구역 확장 이후엔 동중국해 상공에서도 살얼음판 위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맞서고 있는 난세이 제도의 요나구니섬 등에 자위대를 새로 배치하는 등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하는 중이다. 또 이번 각의 결정을 통해 중국의 정규군이 아닌 ‘수상한 어민’들이 센카쿠열도에 상륙하는 것과 같은 회색지대(그레이존) 사태 때도 쉽게 자위대를 투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중-일 간의 우발적인 마찰을 양국간의 국지전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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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각의 결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려고 도쿄 총리 관저의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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