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 마쓰사카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피스 윙’ 출범 집회에서 야마나카 미쓰시게 시장이 연설하고 있다. 피스 윙 제공
집단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에 위헌소송 내는 야마나카 시장
평화헌법은 국민정서와 일치
평화주의 바탕으로 부흥 일궈
시민들 ‘당연한 행복’ 찾기 위해
1만 넘는 시민들과 소송 낼 것
평화헌법은 국민정서와 일치
평화주의 바탕으로 부흥 일궈
시민들 ‘당연한 행복’ 찾기 위해
1만 넘는 시민들과 소송 낼 것
일본 혼슈 남부 미에현에 위치한 마쓰사카시는 인구가 17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최근 잇따라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야마나카 미쓰시게 시장이 아베 신조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야마나카 시장은 ‘피스 윙’(평화의 날개)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어리석은 위정자’가 훼손한 평화와 시민의 ‘당연한 행복’을 되찾는 건 어렵다”며 아베 내각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외교관을 지망하는 법대생에서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로, 그리고 다시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38살의 젊은 시장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모든 나라들이 유엔 헌장에 의해 인정받는 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만 왜 예외여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본 안에 꽤 있다.
“일본 헌법 9조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으로 ‘평화주의’를 내세우면서 무력 행사를 부정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헌법 해석으로는 내각(법제국)에서도 사법부(판례)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 헌장이 말하는 집단적 자위권은 권리로서 갖고 있을 수는 있어도 헌법이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곧 권력기관을 헌법이 ‘억제’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선 일본이 군국주의 시대로 돌아가 지역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은 침략전쟁으로 많은 자국민의 생명과 삶을 희생시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해쳤던 사실을 직시하면서, 국민적 합의 아래 헌법을 통해 ‘평화주의를 철저히 하는 국가’를 만들어 새로이 출발했다. ‘평화주의’ 이념은 학교에서도 철저히 가르쳤다. 국민들은 유례없는 전후 부흥을 이룩했고, 일본은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이 됐다. 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국제지원 활동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사회의 공통 이익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은 2차대전 뒤 지금까지 ‘무력에 의한 억제’로 평화를 지켜온 게 아니라 철저한 평화주의로 ‘평화에 의한 억제’를 이룩한 나라였다. 그 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지금까지 일본이 자랑해온 ‘평화주의 국가’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해 주변국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내에서도 찬반이 나뉘어 있는데, 아베 내각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정권에서는 ‘무력에 의한 억제’, ‘무력을 통한 적극적인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사실은) ‘주변국과의 무력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변명을 내세워 방위력 확충과 미국추종주의를 꾀하는 것이다. 아베 내각은 냉전 시절의 낡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우파는 평화헌법을 두고 미국이 군정 통치 아래 일본에 강요한 것이라며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9조의 이념이 미국 지배 아래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이념은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새로운 국가의 방향성을 찾으려 했던 국민 정서와 일치했다. 그랬기에 일본과 일본 국민은 평화헌법에 대해, 만들어진 당시의 배경과 상관없이, 반세기 동안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자부심을 지켜왔다.”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피스 윙’이란 운동의 이름은 좌익(레프트 윙), 우익(라이트 윙) 등 이념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어떤 배경에서 시작했나?
“아프리카의 전쟁터와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의료활동 등을 실시하면서 ‘어리석은 위정자’가 훼손한 평화와 시민의 ‘당연한 행복’을 되찾는 건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도 ‘어리석은 위정자’에 의해 정치가 무너지고 있는데, 지역 주민의 당연한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있는 ‘한명의 수장’이자 ‘한명의 시민’으로서, 시민운동과 법적 절차를 통해 오랜 기간 일본이 지켜온 ‘평화주의’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피스 윙 운동의 반응은 어떤가?
“시작 며칠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 메시지를 보내왔고,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원고단으로 참여하겠다는 분도 많았다. 전국 각지 지방의원들도 50명 이상이 함께하기로 했다. 헌법학자와 지식인들도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운동을 전개할 계획인가?
“앞으로 내각이 각의 결정에서 헌법을 위반한 것과 향후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집단으로 위헌 소송을 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각 지역에서 작게라도 집단적 자위권의 문제점을 탐구하는 공부모임과 강연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야마나카 시장은 1976년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에서 태어나, 게이오대 법학부와 군마대 의학부를 졸업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비영리법인인 ‘소년 케냐의 친구’ 의료인력으로 케냐에서 에이즈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마쓰시타정경숙 수료 뒤 정치에 투신해, 2007년 미에현 의원, 2009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마쓰사카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해에는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 야마나카 시장은 1976년 일본 미에현 마쓰사카시에서 태어나, 게이오대 법학부와 군마대 의학부를 졸업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비영리법인인 ‘소년 케냐의 친구’ 의료인력으로 케냐에서 에이즈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마쓰시타정경숙 수료 뒤 정치에 투신해, 2007년 미에현 의원, 2009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마쓰사카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해에는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