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의원 야스쿠니 집단참배
아베 공물료 봉납
정부 “참배·공물료 봉납 개탄”
아베 공물료 봉납
정부 “참배·공물료 봉납 개탄”
일본 패전 69주년을 맞은 15일 일본 각료들과 의원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료만 봉납했지만, 정부 공식 ‘전몰자 추도식’에서 주변국에 해를 끼친 데 대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내각의 각료 가운데선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담당상 등 3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밖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신지로 부흥 정무관, 아베 총리의 최측근 에토 세이이치 총리대신 보좌관 등도 참배했다. 네모토 다쿠미 부흥상은 “봄에서 여름 사이 조용한 시기에 참배했다”며 미리 참배를 마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오전 11시께엔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집단 참배가 이뤄졌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악화된 관계를 의식한 듯 지난해 4월 봄 예대제(168명)나 가을 예대제(158명) 때보다는 적은 80여명이었다.
참배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하기우다 고이치 총재특별보좌를 보내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명의로 공물(다마구시)료를 봉납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봄 예대제(제삿날) 때 공물(마사카키)을 봉납할 땐 ‘내각총리대신’이란 직함을 사용했지만, 이번엔 ‘자민당 총재’로 바꿨다. 대신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에 헌화했다. 이곳에는 2차대전 때 전사한 무명 전몰자들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에서 한국·중국 등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나름의 배려가 한국 등 주변국의 마음을 움직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정오 도쿄 부도칸에서 아키히토 일왕 내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변국에 대한 가해 사실에 대한 반성과 부전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이후 역대 총리들은 이 추도식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애도의 뜻과 깊은 반성”, 그리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의 맹세”를 언급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를 누락했다. 그는 대신 “전몰자 여러분의 귀한 희생 위에는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한국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전쟁 미화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일부 현직 각료 및 국회의원들이 참배를 강행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패전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2015년엔 무라야마 담화(1995년) 등을 잇는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도쿄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자민당 정권도 민주당 정권도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해왔고, 국제적인 공약이 됐으므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21세기 평화국가에 걸맞은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용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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