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집단적 자위권 반대해 분신한
63살 남성 인생사 언론서 추적
“사회와 관계끊고 홀로 쪽방살이”
분신 이유 모른채 두달반새 잊혀져
63살 남성 인생사 언론서 추적
“사회와 관계끊고 홀로 쪽방살이”
분신 이유 모른채 두달반새 잊혀져
‘그는 왜 분신을 했을까.’
지난 6월29일 일본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제이아르(JR) 신주쿠역 앞에서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며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63살 남성의 인생사를 <아사히신문>이 2일 추적했다. 이 남성의 분신 소식은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일본 사회 내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 언론뿐 아니라 미국 <시엔엔>(CNN), 영국 <비비시>(BBC) 등 전세계 주요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남성은 목숨은 건졌지만 온몸에 큰 화상을 입은 채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신문이 전하는 이 남성의 삶은 가족이나 사회와의 연계가 모두 끊어진 채 사회 주변을 떠다니는 ‘표류 인생’이었다. 분신을 감행할 당시 그는 사이타마시 사쿠라구의 3층짜리 건물의 원룸에 4년 반째 거주하고 있었다. 월세가 4만엔 정도 하는 다다미 6장짜리 크기의 싸구려 방이었다. 이웃 주민(67)은 그에 대해 주변과 교류가 없는 “그늘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생계수단은 인근 제이아르 오미야역의 쓰레기통에서 잡지 등을 주워 파는 일이었다.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자전거를 탄 채 큰 봉지 두 개를 들고 외출했다. 주변 동료는 그에 대해 “사회나 정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전 신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2009년 12월 오미야역 앞에서 열린 생활궁핍자를 위한 무료 상담회에서 “백내장으로 택시 운전 일을 그만둔 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40여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처자식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으며, 고향인 아오모리현에 사는 친척과도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문은 “그가 집단적 자위권 반대 운동 등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했다는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도쿄 신주쿠 경찰서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사이타마에서 노숙자 지원활동을 하는 다카노 아키히로(59)는 “그가 사회와의 연계를 잃은 채 폐쇄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게 아니었을까”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일본 사회는 이미 그의 분신을 잊은 지 오래다. 두달 전 그가 분신을 감행한 육교 아래서 복권을 파는 남성(69)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그 사건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왜 분신을 했을까. ‘노숙자의 돌출행동’쯤으로 그의 사연을 기억에서 지워도 되는 것일까.
도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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