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역사를 부정하기 위해 ‘협박’이란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위안부 문제 관련 ‘아사히 오보’ 사태에서 일본 우익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우에무라 다카시(56·사진)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미국 <뉴욕 타임스>에 일본 우익들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2일 보도된 기사에서 “그들(일본 우익)은 우리를 위협해 침묵시키려 한다”며 “아사히신문은 (우익의 위협을 우려해) 나는 커녕 스스로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에무라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선 “이번 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는 큰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제대로 관찰해두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우에무라는 1991년 8월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공개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우에무라와 <아사히신문>에 가해지고 있는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통해 일본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의 정체를 파헤쳤다. 신문은 “33살 때 썼던 기사 때문에 사반세기가 지나 56살이 된 우에무라가 첫번째 얻었던 대학 교수직에서 쫓겨났고, 머잖아 두번째 강사직까지 빼앗겨야 할 상황에 놓였다”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은 그의 아이들까지 겨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10대인 그의 큰 딸에게 ‘자살하라’는 글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에무라는 올해 초 고베 쇼인여자학원대학의 전임 교수로 내정됐으나 우익들의 항의로 지난 3월 채용이 취소됐으며, 5월부터는 그가 비상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삿포로시 호쿠세이학원대학에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우익들의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그의 정치적인 동지들은 아사히신문이 받고 있는 고통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더 큰 게임으로 몰고 가려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큰 게임이란 “일본군이 수만명의 한국과 다른 외국 여성들을 전쟁기의 성노예(sexual slavery)로 삼았다는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견해’(view)”를 뒤엎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일본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일본 군이 위안부를 동원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위안부란 단순히 군부대를 따라다니며 돈을 벌려고 했던 성매매 여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2차대전 중에 일본이 한 행위는 일본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무차별) 폭격 등에 견줘 더 나쁘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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