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선거 자민당 압승 이후
아베, 헌법개정 뜻 숨기지 않아
내달 국회서 논의 시작할 듯
경기 악화땐 진전 어려워
경제회생 중점 두고 정국 운영 의지
아베, 헌법개정 뜻 숨기지 않아
내달 국회서 논의 시작할 듯
경기 악화땐 진전 어려워
경제회생 중점 두고 정국 운영 의지
“헌법 개정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자신의 손으로 해내고 싶으신지요.”(이케가미 평론가)
“(개헌에는) 국민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3분의 2의 세력을 만들었다고 해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않으면 안됩니다. 거기서부터 이해를 얻고 싶습니다.”(아베 총리)
“헌법 개정을 향해 한발한발 앞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군요.”(이케가미)
“그렇습니다.”(아베)
14일 밤, 자민당의 압승을 확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저명한 시사평론가 이케가미 아키라가 진행하는 <테레비도쿄>의 선거 개표방송 ‘총선거 라이브’에 등장했다. 이케가미는 공동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이 전체 475석인 중의원에서 3분의 2(317석)를 넘는 326석을 얻은 사실을 언급하며 앞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이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필생의 과업’이라고 말해 온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욕심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설득을 강화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자민당을 축으로 국회에서 개헌을 향한 움직임이 착실히 진행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아베 정권이 1946년 제정 이후 일본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파제가 되어 온 헌법의 개정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에는 자민당 뿐 아니라 민주당·유신의 당 등 야당에도 개헌을 바라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일단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정국이 흘러가면 내년 1월 말 통상국회(정기국회)를 시작으로 헌법의 어느 조항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헌법심사회를 열어 구체적 조항을 어떻게 만들지를 둘러싼 논의가 심화되게 된다.
자민당이 2012년 4월 발표한 ‘일본국 헌법 개정 초안’을 보면, 1조엔 “천황은 일본의 원수”라는 표현이 포함됐고, 3조엔 “일본의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다. 일본 국민은 국기와 국가를 존중해야 한다”며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 개헌안의 핵심인 9조는 “전쟁을 포기한다”는 구절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이) 자위권의 발동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총리를 최고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을 갖는다”는 구절을 새로 추가했다. 그러나 현재 여당이 참의원에선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데다 평화를 당의 이념으로 내건 공명당의 반발도 예상돼 실제 개헌안이 확정되기까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일본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개헌 논의는 미뤄질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아베 총리도 선거 이튿날인 15일 오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개헌보다 일본 경제의 회생에 중점을 두고 정국 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경제대책의 방향을 정하는 게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다. 아베노믹스를 전진시키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만큼 경기회복의 따듯한 바람이 전국 방방곡곡에 다다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4일 특별국회에서 총리직에 오른 뒤 지난 9월 임명된 내각을 유임해 엔저 대책 등의 내용이 담긴 경제대책안을 올해 안에 각의결정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소집되는) 통상국회 때 최대한 신속하게 (선거 탓에 늦어진 2014년 보정예산안과 2015년) 예산을 성립시키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16일엔 정부와 경제계, 노동계가 모인 ‘정노사회의’를 열어 내년에 임금을 올리도록 기업에 요청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개헌을 하려면 먼저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현실적 인식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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