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자위권 행사·개헌 등 반대
“일, 과거 잘못 분명히 인정해야”
“일, 과거 잘못 분명히 인정해야”
“나의 입장은 한 가운데다. 자민당이 상당히 오른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중도가 텅 비어 있다.”
18일 호소노 고지 전 간사장을 접전 끝에 누르고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오카다 가쓰야(61)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은 다름 아닌 ‘중도’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우경화를 이끄는 상황 속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이 되기 위해선 다시 한번 중도의 깃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도가 비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민주당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 출범한 ‘오카다 민주당’의 색채가 드러날 본선 무대는 26일 시작되는 정기국회다. 이번 정기국회 때는 일본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짓는 자위대법 등 안보법제 개정이 이뤄지게 된다. 또, 아베 정권이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보이며 일본 경제가 회복될 경우 아베 총리는 ‘필생의 과업’이라 강조해온 개헌 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오카다 대표는 당선 직후 아베 정권과 맞서야 할 당면 과제로 △경제 정책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되는 아베 담화 △안보법제 개정 등 3가지를 꼽았다.
오카다 신임 대표는 이들 주요 현안에서 아베 총리와 상당한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선 아베 총리가 법인세 감세 등을 통한 고용확대나 임금 인상 등 경기부양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오카다 대표는 서민을 우선시하는 ‘두꺼운 중산층’론을 내세우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선 아예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지난해 7월의) 각의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개헌에 대해서도 “아베 정권 아래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오카다 대표는 지난해 1월 말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 담화(1995년)의 핵심인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부분을 계승하고 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앞부분의 ‘식민지배’와 ‘침략’은 누락한 채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오카다 대표는 18일 연설에서도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 아베 정권이 8월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아베 담화를 견제하는 데도 상당한 구실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오카다 가쓰야(61) 일본 민주당 신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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