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 겐지는 1990년대부터 이슬람권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헌신적인 베테랑 언론인이었다.
“아들은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꿨고 분쟁과 가난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했다.”
내전 속에서 고통받는 시리아인들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일본 독립언론인 고토 겐지(47)가 결국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일 고토의 어머니 이시도 준코(78)는 이렇게 아들을 회상했다. 그는 “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고 어떤 말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슬픔이 증오의 사슬을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이 전했다.
고토는 1990년대부터 이슬람권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헌신적인 베테랑 언론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체첸, 시리아 등을 취재해 <엔에이치케이> <티브이 아사히> 등을 통해 보도했다. 지난 5월 <티브이 아사히>에 방영된 취재 영상에서도 그는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인 알레포의 전장을 누비며 참상을 전했다. “내가 방문하는 장소들은 견딜 수 없는 참상에 처해 있다. 그 속에서도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내가 그들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수 있다면,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나는 내 일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생전에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염원했다.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 마지막 시리아 입국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서 알게 된 군수업자 유카와 하루나는 지난해 4월 반정부군에 체포됐다가 고토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유카와는 고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리아에 갔다가 이슬람국가에 인질로 잡혔고, 고토는 “경험이 많은 내가 유카와를 도와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시리아에 들어갔다. 이슬람국가와 쿠르드 반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코바니에서 지난해 10월 말 올린 트위터 메시지가 인질이 되기 전 그의 마지막 소식이었다. 몇주 뒤 고토의 부인은 그의 석방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에게 일어날 일은 아주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 주민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을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 책임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그는 지난해 시리아로 가면서 남긴 메시지를 그대로 실천했으나, “살아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대목만은 지키지 못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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