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 하기우다 특보 입장 밝혀
중진들 조정 요구 정면으로 거부
자민-공명당 사이 갈등 커질 듯
중진들 조정 요구 정면으로 거부
자민-공명당 사이 갈등 커질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패전 70주년을 맞아 8월께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를 놓고 일본 연립 여당 내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베의 복심’이라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는 9일 <비에스후지>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베 담화에 대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사용한 단어를 ‘일언일구’도 바꾸지 말라는 것은 사전 검열과 같은 얘기다. (총리의) 전권 사항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아베 담화의 내용에 대해 여당 내 협의를 진행하는 문제와 관련해 “적절하지 않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가 여당 내 협의가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무라야마 담화(1995년)의 핵심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여당 내 중진들의 견제 발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3일 “아베 담화는 국내외에서 일본의 기본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상식적으로 정부여당 내의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총무회장은 한술 더 떠 “(야당을 포함한) 각 당과 조정을 시도하는 게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기우다 보좌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반대 의견에 개의치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간접적인 의사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기우다 보좌는 이날 방송 이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위안부 그 자체에 대해선 (위안부 동원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과거의 고노 담화(1993년)도 답습한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강제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런 문제를 70년 담화에 넣을지 말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일본군이 여성들을 직접 동원했음을 뜻하는 ‘강제연행’에 대해선 “발견된 증거가 없다”며 부인해 왔지만, 여성들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 모집이 이뤄졌다는 ‘강제성’에 대해선 큰 틀에서 인정해왔다. 그러나 하기우다 보좌의 이날 발언처럼 아베 담화에 “강제성에 대해서 사실과 다르다”는 언급이 포함된다면 이는 고노 담화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가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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