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비샤’ 출판 교과서
문부성 1차 불합격으로 내용 축소
위안부 할머니 그림·증언 빠져
문부성 1차 불합격으로 내용 축소
위안부 할머니 그림·증언 빠져
6일 공개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확인되는 것은 교과서의 역사 서술에 개입하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이전에 견줘 매우 강해졌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전·현직 역사 교사들이 모여 만든 ‘마나비샤’ 출판사의 위안부 관련 서술에 대한 수정 명령이다.
‘마나비샤’는 애초 <사회>(역사 부분)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서 ‘인권침해를 되묻다’(278~279쪽)라는 소단원 전체를 위안부 문제를 기술하는데 할애했다. 그 안에는 중국 하이난다오에 살다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연행된 린야진 할머니의 증언, 하얀 저고리를 입은 소녀가 끌려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간다!>, 동아시아 지역의 위안소 위치를 표시한 지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린 할머니의 증언에는 “19살 때 벼 베기를 돕고 있는 데 갑자기 일본 병사가 나타나 함께 있는 3명과 함께 군의 주둔지로 연행했다. 조금이라도 저항을 하면 때리거나 발로 찼다. 담뱃불로 지지기도 했다. 이후 섬 내 각지의 주둔지에서 많은 병사를 상대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에 대해 한차례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결국 살아남은 내용은 “1990년 한국 김학순의 증언이 계기가 돼 일본 정부는 전시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1993년에 사죄와 반성의 뜻을 보여주는 정부 견해를 발표했다”는 부분과 “조선반도에서 위안부의 모집·이송 등은 전체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이뤄졌다”는 고노 담화의 핵심 내용뿐이다. 일본 정부는 그래도 불안했는지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추가로 기술하게 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교과서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간섭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개정된 ‘교과서 검정기준’에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을 때는 이에 근거해 기술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 군과 기업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배상 요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교육출판)의 기술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국가의 배상은 끝났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고, 1923년 간토대지진 때 경찰·군대·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조선인의 수가” 수천명에 달했다”(시미지서원)는 부분은 “수천명이라 전해지지만 통설은 아니다”는 기술을 추가하게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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