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전 양자협의 요청
합의 불발땐 분쟁패널 설치
양국관계 또다른 악재
합의 불발땐 분쟁패널 설치
양국관계 또다른 악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주변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온 한국 정부의 조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견 등으로 이미 엉킬 대로 엉킨 양국 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일본이 세계무역기구의 분쟁해결 절차상의 양자협의 요청을 해와 정부 당국이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했다.
세계무역기구의 분쟁해결 절차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소국이 일단 상대국에 양자협의를 요청한 뒤 30일 안에 협상을 개시한다. 협의에서 양자가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면 분쟁이 종료되지만, 실패할 경우 분쟁해결을 위한 패널을 설치하게 된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처는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금수 조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간의 정치적 절충을 포기하고 ‘법대로 하자’는 정식 제소 절차를 취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2013년 8월, 3·11 원전 참사가 일어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오염수 유출이 계속되자 후쿠시마현 등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농림수산성·외무성 등 정부 창구뿐 아니라 어업단체 관계자 등 민간 기구를 통해서도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철회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현재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매주 시행하고 있는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오염수 유출 이후에도 후쿠시마현과 그 외 지방의 대기·해수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변했음을 드러내는 실증적 수치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한 공동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나 아베 담화 등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금수 해제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큰 상황에서 일본의 요구를 들어줬다간 여론의 강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외현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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