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중의원 평화안전법제 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주경기장 비용 2520억엔으로 불어
아베 “지난달부터 검토” 밝혔지만
6월말에 이미 “계획대로 건설” 결정
‘지지율 급락’ 만회 위한 발언 의혹
아베 “지난달부터 검토” 밝혔지만
6월말에 이미 “계획대로 건설” 결정
‘지지율 급락’ 만회 위한 발언 의혹
‘안보법 역풍’을 맞아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의 출구 전략일까? 아베 정권이 ‘혈세 낭비’ 논란이 뜨거운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내각 지지율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베의 정치’를 둘러싼 논란거리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7일 “현재의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계획을 백지로 돌리고, 제로베이스에서 수정하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도쿄 총리관저에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과 만난 뒤였다. 아베 총리는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불어나 국민과 체육인으로부터 비판이 있었다”며 백지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개월 전부터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지 검토를 진행해왔다”면서 “오늘, 올림픽 개최 전까지 (새로운 주경기장을) 완공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어 결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대한 비용을 억제해 현실적으로 최상의 계획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천문학적 비용과 기묘한 디자인으로 도마에 올랐던 이라크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은 폐기됐다. 일본 정부는 6개월 안에 새 디자인과 건설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애초 1300억엔 정도에서 현재 2520억엔(약 2조3313억원)으로 불어난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18일 <교도통신>이 공개한 여론조사를 봐도 “경기장 건설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93.7%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거액의 총공사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도 계획 수정에 신중했던 아베 총리”가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에 대해 “여론이 밀려 허둥지둥 대응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친 여권 인사로 분류됐던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 도지사도 1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아베 총리는 한달 전부터 (경기장 건설 계획) 수정을 검토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6월29일에는 (총공사비 2520억엔이나 하는) 정부안을 결정한 것인가”라는 글을 올려 백지화 경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이 정도로 큰 정책 전환을 하려면, 대실책에 이른 경위를 검증해, 책임자를 경질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썼다. 또 “주장의 정합성보다 내각 지지율이 우선인가”라며 아베 총리가 지지율 급락을 만회하려 이번 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달 29일 ‘계획대로 경기장을 건설하겠다’며 도쿄도에 건설비 부담을 요구해왔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앞서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조령모개(아침에 한 명령을 저녁때 수정한다는 의미)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며 아베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한편 작가 사와치 히사에(84) 등의 호소로 18일 낮 1시 시작된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도쿄, 교토, 나고야 등 일본 전역 1000여곳(주최측 추산)에서 벌어졌다. 히사에가 구상하고 95살의 시인 카네코 도오타가 붓글씨로 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 피켓은 이날 아베 반대 시위의 상징물로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이 피켓 파일을 각자 인쇄해 와 시위 현장에 모여 함께 구호를 외쳤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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